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계기로 대장동 사건 1심 항소 포기의 후폭풍이 더 격화하고 있다. '윗선 개입 의혹'(국민의힘)과 '검찰개혁'(더불어민주당) 논쟁이 팽팽히 부딪치고 있다. 전면전 양상이다.
양당은 제각기 이 구호를 내세우며 전선을 펼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선 '검찰개혁'의 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노림수, 야당 입장에선 '윗선 외압'을 통해 이재명 정부에 대한 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기승전 이재명' 내세우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이재명 대통령과 연관지어 '윗선의 외압' 의혹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닷새 남짓 버티다 사퇴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뿐 아니라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나아가 이 대통령의 책임론으로 공세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장동혁 대표는 13일 "대장동 항소 포기는 이재명 방탄을 위한 이재명·정성호·이진수의 공동 협박에 의한 노만석의 위법한 항소 포기였음이 명백해졌다"며 "책임질 사람은 노만석 총장 직무대행, 이진수 법무부 차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했다.
검찰 내부 분란 끝에 노 전 직무대행이 결국 사퇴했지만, 국민의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항소 포기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그가 왜 사퇴했겠느냐는 논리도 내세웠다.
주진우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차관을 통해 정상적인 협의만 요청한 것이라면 노만석이 사표를 낼 이유가 없다"며 "장관의 항소 포기 관여가 불법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엔 이 사건에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먹혀들어간다면, 그러잖아도 '재판 중단' 문제가 얽혀 있는 이재명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뒤에도 의원총회를 열어 방안을 논의했고, 여기에는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도 포함돼 있다. 특히 국정조사 범위를 두고 민주당과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지도부는 '항소 포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해서 다시금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장은 14일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경기 성남시 대장동 현장을 찾아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특히 해당 사업을 실제로 진행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사회기반시설 건설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설계·수익·환수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포함한 의혹 전반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이 당 지도부 또는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대장동 현장을 방문하는 일은 이번이 3번째다.
수세에서 공세로…검찰개혁 동력 놓칠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수세에 놓인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총공세'로 모드를 바꿨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자칫 검찰개혁의 동력을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모양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정치검사들을 이번에는 반드시 단죄하겠다"며 "정치검사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것은 이제 시간 낭비"라고 했다.
'반격'의 첫 핵심은 검사에 대한 파면이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이다.
민주당은 현직 검사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를 거치지 않으면 '해임'까지만 가능한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검찰청법을 수정해 검사도 국가공무원법을 적용받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검찰청법과 검사징계법상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결정 없이는 검사를 파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현재와 같은 '항명' 상황에서 검사를 직위해제할 수 있는 조항도 만들 예정이다.
율사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대처가 검찰개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인식도 반영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단계는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다. 다만 국민의힘과 달리 별도 특위를 구성하는 방안이 아니라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이고, '조작 수사'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 다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번 주 중으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되, 여야 협의 하에 할 예정"이라며 "야당이 요구하는 항소 포기 외압 의혹까지 묶어서 하자는 것까지는 의견이 좁혀졌는데, 별도 특위를 구성할지 법사위에서 할지는 좁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법사위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하면 강성 성향이 짙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의 발언권을 제한하는 등 원활한 진행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의 주장처럼 12.3 내란 국정조사와 같은 별도 특위를 구성할 경우, 비교적 온건한 또다른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권을 자르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국정조사가 되겠느냐"면서 "법사위에서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건 사실상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밝히지 않겠다는 선언과 동일한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