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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울산 사고' HJ중공업, 위험방지계획서 자체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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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기업 선정돼 발전소 해체 작업 위험방지계획서 자체심사
'나혼자 심사'해 안전관리공단과 노동부엔 심사 결과 제출만
자체 점검 했다지만 4개월 뒤 사고…자체심사 자격 뺏긴 직후 사고 일어나
자율관리라지만…"자체 심사 과정 제고 필요" 목소리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오전 HJ중공업 김완석 대표가 발전소 후문 앞에서 사고 후 첫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오전 HJ중공업 김완석 대표가 발전소 후문 앞에서 사고 후 첫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동 붕괴사고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공사인 HJ중공업이 노동자에 대한 위험을 사전 인지하고 방지 계획을 세우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방지계획서)를 자체적으로 심사·확인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관리계획서와 함께 방지계획서 또한 제대로 작성됐는지, 향후 수사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14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HJ중공업은 방지계획서 자체심사 사업장 자격으로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 작업을 진행해왔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2조는 사업주가 지상 높이 31m 이상 등 고위험 사업에 대해 건설공사를 시작할 경우,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계획서를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항 단서에 따라 시공능력과 사고 이력, 산재율 등 일정한 조건을 갖춘 시공사는 심사 없이 스스로 방지계획서를 작성·심사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이 '자체심사 및 확인사업장'으로 분류되면 자체 심사 결과만 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이에 따라 HJ중공업은 지난해 4월 울산화력발전소 해체공사에 대한 방지계획서를 자체적으로 심사해 '조건부 적정'이라는 판단을 담아 심사서를 공단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모든 절차는 회사 내부에서만 수행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체 심사 기업의 경우 최초 심사서만 제출하고, 중간 점검 결과는 공단에 제출할 의무 없이 사업장에만 비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자체 점검은 지난 7월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공단은 사고가 난 보일러동 공정에 대해서는 한 차례도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았다. 자체심사 사업장이라도 공단은 필요할 경우, 방지계획서에 대해 지도와 조언을 할 수 있다. 공단은 지난 2월 18일 자체확인 실태지도를 진행했지만, 당시에도 보일러동 공정에 대해서는 점검하지 않았다. 공단은 "당시에는 보일러동 해체작업이 시작되기 전이었고, 석고저장창고 및 터빈동 공정만 이뤄지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HJ중공업은 이번 붕괴 사고 발생 약 3개월 전인 지난 8월 1일 자격미달로 자체심사 사업장 자격이 해제되기도 했다. 직전 2년 이내 사망사고 발생 또는 직전 3년간 평균사망사고발생률 높으면 자격이 해제된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일 시점에는 주기적으로 공단의 점검을 받아야 하는 사업장이 됐지만 '6개월 내'인 공단의 점검 주기가 도래하기 전 사고는 터졌다.  

안전관리계획서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부실 가능성…수사 쟁점 될 듯

울산화력 붕괴 사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 연합뉴스울산화력 붕괴 사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 연합뉴스
한편 사고 직후  안전관리계획서와 실제 시공 간 절단 지점 수와 방식 등이 일치하지 않은 정황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방지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중간 점검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지점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공사는 건설공사 착공단계에서 산안법에 따른 방지계획서와,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사전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서들인 만큼, 안전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판가름할 주요 근거가 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육단 최명기 교수는 "방지계획서는 단순한 형식서류가 아니라, 공사 전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관리방안을 포함하는 핵심 안전계획"이라며 "자체심사 체계는 일정 조건을 갖춘 시공사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제도지만 작성부터 심사, 확인까지 모두 회사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에서는 위험요소가 누락되거나 형식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체 심사를 허용했다가 대형 사고가 터진 만큼 방지계획서 자체 심사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교수는 "방지계획서 자체심사 제도는 원래 사고율이 낮고 안전관리가 우수한 업체에 자율권을 부여하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라며 "다만 실제 심사나 확인까지 몇몇 인력만으로 이루어지면 위험요소를 놓치거나 형식적인 점검으로 넘어갈 수 있어, 공사 규모와 위험도에 따라 외부 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워낙 위험도가 높은 현장에 대해서 방지계획서를 받고 있어서, 자체 심사에서만 사고가 터지는 것은 아니"라며 "이번 사고는 자체 심사 제도의 문제이기보단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심사 이후 중간 점검 주기 더 짧게 한다든지, 제도 개선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 재난을 겪은 뒤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02-2204-0001(국가트라우마센터) 또는 1577-0199(정신건강위기 상담전화)로 연락하시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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