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외환 의혹'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계엄 선포 요건을 만들기 위해 남북 간 무력 충돌의 위험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내란특검은 윤 전 대통령 등 3명에 대해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전 장관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과 함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우선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지난 2023년 10월쯤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계획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계엄 비선' 의혹이 불거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판독한 결과, 당시 있었던 군 장성 인사 무렵부터 계엄 준비가 시작됐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3월 안가 회동에서 처음 계엄 논의가 시작됐다는 기존 공소사실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특검은 이러한 계획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등이 계엄 선포를 위한 요건을 조성하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남북 간 무력 충돌을 유도한 것으로 봤다.
연합뉴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이 작성한 휴대전화 메모에서 관련 정황을 포착했다.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18일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 "체면이 손상돼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겟팅" "평양, 핵 시설 2개소, 삼지연 등 우상화 본거지, 원산 외국인 관광지, 김정은 휴양소" 등의 내용을 적었다.
같은 달 23일 작성한 메모에는 "풍선, 드론, 사이버, 테러, 국지 포격, 격침 등", "충돌 전후 군사 회담 선(先) 제의 고려", "적의 전략적 무력 시위시 이를 군사적 명분화할 수 있을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계엄 선포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1월 15일에는 "군사적 태세, 공세적 조치 + 자위권적 응징 태세"라는 메모를 남겼다.
박지영 특검보는 "증거를 통해 설마가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은 수사 참여자 모두에게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공개한 무인기 사진, 오른쪽은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특검은 이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 등이 계엄의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이용해 군사 작전을 시도한 것으로 봤다. 대표적인 것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다.
당시 군은 무인기를 평양으로 침투시켜 북한 수뇌부를 자극하는 내용이 담긴 삐라(전단)를 살포했고, 이로 인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됐다. 또 우리 무인기가 북한에 추락해 전략 자산과 각종 기밀이 북측으로 넘어갔다.
특검은 이러한 행위가 일반이적죄에서 규정한 '적에게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고, 우리에게 군사상 손해를 가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무인기 작전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이승오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 전 대통령 등 3명과 달리 이 전 본부장 등은 계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인기 작전을 진행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이유다.
박 특검보는 "본인의 의사, 인식, 목적에 주안점을 뒀다"며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위축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수사팀의 일치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무인기 작전 외에 아파치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근접 비행 의혹, 북한 원점 타격 의혹 등은 구체적인 결과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봤다. 다만 계엄 여건 조성이라는 전체적인 범죄 사실로 포섭돼 있다고 한다.
한편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1심 구속기간이 오는 2026년 1월쯤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 기소한 일반이적 등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