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 전북 현대 제공"21년 이후 팀이 내려간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강등 위기까지 겪은 만큼 올해는 반드시 이겨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K리그1 전북 현대의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36)는 2025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팀의 부침과 재도약, 그리고 스스로의 역할을 돌아보며 '전북다운 전북'을 되찾은 한 해였다고 정리했다.
지난해 K리그1 10위로 추락해 강등 위기까지 몰렸던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 부임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2021년 이후 4년 만이자 K리그 사상 최초로 10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홍정호는 "감독님이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간섭을 거의 안 하셨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하게 두셨다"며 "항상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런 스트레스를 덜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배들이 말로 분위기 바꾸려 해도 잘 안 된다. 중고참인 이승우, 송범근 등 선수들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1 최소 실점 팀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홍정호는 "동계훈련 때 감독님의 수비 철학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연습경기 때 실점도 많아서 '이게 말이 되나'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팀은 달라졌다. 그는 "하다 보니 선수들끼리 끈끈해지고, 어느 순간 '이렇게도 수비가 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의심이 사라졌고, 감독님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는 주장 박진섭이 있었다. 같은 센터백인 홍정호는 박진섭을 최우수 선수(MVP) 후보로 꼽았다. 그는 "진섭이가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승팀에서 나와야 하고, 성적으로도 충분히 증명했다"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또 주장으로 팀을 완벽히 이끌었다"고 치켜세웠다.
홍정호. 전북 현대 제공전북의 상징 같은 선수 중 한 명인 홍정호는 어느덧 프로 17년 차를 맞았다. 전북에서 20년 동안 뛰며 10회 우승을 모두 함께한 최철순의 뒤를 잇겠다고 다짐한 그는 "아직 '전설'이라 부르기엔 부족하지만, 역사에 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은퇴 계획에 대해선 "올해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쳐 감사하다. 몸이 버틸 때까지 뛰고 싶다"며 "전북 외 다른 팀은 생각해본 적 없다. 이 팀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홍정호는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그는 "2021년 이후 계속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그래도 뒤에서 끝까지 응원해주셨다"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고,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어느 팀보다 팬들이 많이 와주시고, 휘슬이 울릴 때까지 목소리를 내주신다. 그게 바로 전북의 힘"이라며 "앞으로도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