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쿠팡과 네이버가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더욱 굳혀가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후발 주자들의 연합 전선이 형성되며 새 판 짜기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향후 이커머스 판도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관심이 쏠린다.
역대급 실적 낸 쿠팡·네이버…양강구도 공고화
연합뉴스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3분기 국내 시장에서 매출 12조 845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성장했다. 특히 국내 핵심 사업인 '제품 커머스' 부문에서 고객 1인당 매출이 44만 7730원(+7%)으로 올라갔고, 활성 고객 수도 2470만 명까지 증가했다.
쿠팡은 직매입 구조(자체 구매·재고·배송)와 전국 풀필먼트망을 바탕으로 가격·배송·상품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왔고, 이번 실적에서도 그 기조가 이어졌다. 단연 국내 이커머스는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계까지 포함해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네이버도 3분기 매출 3조 1381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7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어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커머스 부문이 9855억 원(+35.9%)으로 특히 크게 성장했다.
네이버의 전략은 '오픈마켓(스마트스토어) + 개인화 추천 + 멤버십 강화 + N배송'이라는 조합이다. 즉, 직접재고·직매입보다는 많은 판매자가 입점하고, 플랫폼이 사용자 경험·추천·결제 망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최근 컬리와도 손잡으며 쿠팡이 강세를 띠는 '신선식품·생필품' 카테고리에도 도전장을 냈다.
일단 단기적으로 보면, 쿠팡과 네이버의 질주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규모·물류망·플랫폼 락인(Lock-in·묶어두기) 측면에서 이미 상당한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쿠팡와우) 혜택과 로켓배송, 쿠팡플레이 등 부가 서비스를 결합해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 구조를 갖췄고, 네이버 역시 네이버페이·플러스 멤버십·쇼핑·콘텐츠·검색이 하나의 계정 안에서 연결된 강력한 통합 생태계 락인을 구축하고 있다.
후발주자들도 연합, 가성비 등으로 도전장
연합뉴스다만 양강 구도 사이에서 G마켓,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컬리 등 후발 주자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쿠팡과 네이버처럼 '규모의 경제'로 정면승부를 벌이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살려 차별화된 전략과 틈새시장 공략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우선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공조 체제에 들어섰다. 국내 셀러 기반을 가진 G마켓과, 중국발 초저가·대량 소싱력을 지닌 알리가 손을 잡으면서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특히 저가형 크로스보더(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가격 방어선을 직접 자극할 가능성도 크다.
테무 역시 초저가 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최근엔 한국어 앱 개선과 현지 물류 파트너 확충 등 로컬화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테무의 확장이 단기적으로 쿠팡의 저가 상품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중소 판매자 생태계에 가격 압박을 가할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컬리 역시 네이버와 손잡고 프리미엄 식품·생필품 시장을 공략하며, 쿠팡이 강점을 가진 '반복구매형 카테고리'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컬리의 새벽배송 인프라와 고품질 상품 큐레이션, 그리고 네이버의 검색·광고·결제망이 결합하면서, 고소득·프리미엄 소비층을 겨냥한 새로운 경쟁 축이 형성되고 있다.
결국 이들 세 축은 쿠팡·네이버와 같은 거대 플랫폼이 장악한 구조를 단숨에 무너뜨리진 못하겠지만, 가격·품질·서비스 경험 등 각자의 방식으로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가 볼륨과 데이터로 승부한다면, G마켓, 알리, 테무, 컬리는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며 "이들의 전략적 조합이 향후 시장 균형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쇼핑 플랫폼도 장기적으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현재는 검색 쇼핑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네이버와 쿠팡 양강이 당분간은 지배적인 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변수가 있다면 아직은 미미하지만 틱톡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디스커버리 쇼핑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디스커버리 쇼핑'은 검색보다 콘텐츠 탐색 중 우연히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형태로, AI가 개인 취향 분석과 추천을 통해 '발견→구매'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포브스는 "AI와 소셜커머스 플랫폼이 약 1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 붐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틱톡 조사에서도 이용자들이 영상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발견(discover)'하고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