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콩돌해변이다. 수억 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진 자갈들이 광활한 해안에 깔려 있다. 알록달록 작은 콩처럼 보이는 돌들이 많다. 박창주 기자인천시가 북한 반대로 발목 잡힌 서해 최북단 백령·대청도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Baengnyeong-Daecheong Geopark) 인증에 재시동을 걸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24일 백령·대청 지질공원 체험단장인 우미향 인천시 해양환경과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네스코 사무국에 북한의 반대 이유에 관한 공식 확인을 요청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유네스코 인증 첫 단추, 북한 의견 확인 집중"
시가 지난해 11월 백령·대청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최종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지난 5월 북한의 반대 의견 제시로 심사가 중단된 만큼 합의점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네스코 규정상 특정 회원국이 이의신청하면, 당사국끼리 합의해야 심사가 가능하다.
우미향(가운데 앞) 인천시 해양환경과장이 대청도 옥죽동 해안사구에서 체험단을 인솔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
우 과장은 "외교부·통일부·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외교적, 행정적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초 시는 올해 6월 예정됐던 현장실사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목표로 삼았지만, 북한에 가로막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북한과의 담판이 시급하지만 첫 단추인 반대 이유를 알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자체 차원에서 북한과 직접 소통하는 게 녹록지 않아, 국가적 외교창구 마련이 요구된다. 정부 역할은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기 위한 조건 제시에도 중요하다.
대한민국 명승지 제8호인 백령도 '두무진' 모습. 박창주 기자
북한의 반대 이유와 관련해서는 6·25한국전쟁 이후 유엔군과 북한 간 정전협정으로 해상 경계가 모호하게 그어졌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서해5도 인근 바다가 '공(空)해'로 설정됐던 점을 근거로 북한이 영해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실제 시가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신청한 대상지역은 두 섬의 육상 66.8㎢에 더해 주변 해상 161.2㎢를 아우른다.
이는 제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전 등 무력도발이 반복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적 지질명소 품은 '관광 보물섬' 알리기 총대
이처럼 외교적 방안 마련과 함께 시는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를 포괄하는 국가지질공원의 지질학적 가치와 세계적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알리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우 과장은 "백령·소청·대청도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질·생태·문화가 융합된 서해권 대표 지질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기반을 확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이후, 2024년 2월에는 환경부로부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며 국제 인증을 향한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비행기의 천연 활주로와 군용차량 이동로로 쓰였던 백령도 사곶해변이다. 여름철에는 백령도 유일의 해수욕장으로 개방된다. 박창주 기자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대청도 지질공원센터와 백령도 생태관광체험센터를 조성 중"이라며 "안내소와 탐방시설 확충은 물론, 전문해설사 육성과 상시 관광 프로그램도 운영해 여행 품질을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오파트너 등 지질공원 협력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며 "세계지질공원 지정은 명성 쌓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지질학 보석' 탐방, "프레스투어로 관심도↑"
24일 인천 백령도 '콩돌해변'에 관광객들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이 같은 맥락에서 시는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기자들과 동행하는 백령·대청 지질공원 체험단을 운영했다. 세계지질공원 지정에 관한 대외 주목도를 높이고,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북한의 반응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사흘간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체험단은 수억 년 전 지구 탄생기 지질변화와 생명체 기원의 흔적이 새겨진 여러 형태의 해변 지질명소를 돌며, 자연이 만든 웅장한 기암괴석들을 관람했다. 지질학적 의미와 도서여행으로서의 재미가 더해진 '알짜탐방'이었다는 평가다.
마지막 일정인 이날도 체험단은 지질·생태 명소를 순회하며 '관광보물섬' 백령도 알리기에 주력했다.
백미는 '사곶해변'으로 얼핏 일반 백사장으로 보이지만, 규암 가루가 오랜 세월 쌓여 형성된 사빈(沙濱) 지형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와 더불어 세계에 단 두 곳뿐인 희귀 지질로 알려졌다. 작은 돌 입자들이 단단하게 굳어져 한국전쟁 당시 천연 비상활주로로 쓰였고, 지금은 8월 한 달 백령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으로 개방되며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제주도를 연상케 하는 백령도 진촌리 현무암 지대 모습. 점박이물범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박창주 기자이어 도착한 곳은 '콩돌해안'. 수억 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져 콩처럼 알록달록해진 자갈들이 1㎞가량 해변에 펼쳐져 진풍경을 이뤘다. 거칠고 뾰족한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백령도 내 여느 해변 지질명소들과는 대비된다.
탐방의 마침표를 찍은 '진촌리 현무암 지대'는 마그마가 분출해 만들어진 지역이다. 푸른 바다와 검은 빛깔이 어우러져 제주도와 비교된다. 이곳 현무암에 박혀 있는 녹색 감람석(페리도트) 알갱이들은 지구 내부물질 변화와 환경을 연구하는 귀한 보석으로 신비함을 더한다.
천연기념물인 백령도 진촌리 현무암 지대에서 볼 수 있는 8월의 보석 페리도트의 알갱이를 확대한 모습이다. 지구 내부 지질변화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귀한 물질이다. 박창주 기자또한 이곳은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1급)인 점박이물범 서식지로도 유명한데, 이날 물때에 맞춰 물범 떼가 체험단을 배웅하듯 모습을 나타냈다.
우미향 과장은 "세계지질공원 지정 절차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지질학적 가치 보전과 지질관광 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 참여기반 강화 등 국가지질공원으로서의 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있다"며 "프레스투어(체험단 운영)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백령도 진촌리 현무암 지대 해안에 나타난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점박이물범의 모습을 망원경에 담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박창주 기자유네 스코는 지질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을 분류하고,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세계지질공원을 지정해오고 있다. 인천 백령·대청 세계지질공원이 지정되면 국내 8번째 사례가 된다. 올해 경북동해안과 단양 지질공원이 추가돼 국내 세계지질공원은 모두 7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