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코스피가 4천시대를 향해 내달리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갈등과 한미 무역협상 후속 논의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숨 고르는 구간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저점 대비 70% 넘게 상승했습니다.
주식시장 정상화와 부동산에 쏠린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따라 코스피가 상승하고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전망도 코스피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암초는 경기 둔화 가능성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0.9%로 예상했습니다. 미국(2%)과 일본(1.1%), 유로존(1.2%) 등에 한참 뒤처지는 수준인데요. 내년 전망치는 1.8%이지만, 여전히 미국(2.1%)보다 낮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뉴스미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9월 25bp(1bp=0.01%p) 인하에 이어 오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죠. 11월에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반면 한국은행은 23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집값'이 결정적 이유입니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가속할 위험이 있었다"면서 "우리나라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 소득수준(대비), 또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부가 6·27, 9·7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10·15 대책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반대로 이 총재는 "전반적인 주가는 국제 비교했을 때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주식시장 버블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정부가 3차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대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제한해 집값 상승을 누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이라는 정책과도 맞물립니다. 부동산에 쏠린 대출을 기업으로 돌려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생산적 금융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가계대출은 악(惡), 기업대출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예금취급기관 전체 산업대출은 1994조원이고 이 가운데 서비스업은 1269조원, 부동산업은 470조원입니다. 부동산업의 대출 비중이 전체 산업에서 24%, 서비스업 대비 37%에 달합니다.
또 10년 전과 비교하면 전체 산업대출 잔액은 2.2배 증가한 반면, 부동산업 대출은 3.3배 늘었습니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은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 억제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통계는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그렇다면 한은이 언제쯤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까요.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서울 지역 주간 아파트매매가격 지수 0.2%와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모두 하회해야 금리 인하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은 10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5% 올랐다고 발표했고, 환율은 143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장은 오는 11월 한 차례 더 동결한 뒤, 내년 상반기쯤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관건은 여전히 '경기'입니다. 이창용 총재조차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도 경기가 폭락한다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요. 어쩌면 25bp보다 큰 폭의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나증권 박준우 연구원은 "미국의 선제적 인하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축소되는 흐름까지 감안하면 내년 한은의 인하 유인은 더 커질 것"이라며 "한국은 금융안정을 강조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성장률 회복의 탄력성이 둔화하고, 이후 더 큰 인하를 '어쩔 수 없이' 단행하는 시기가 올 위험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