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석 광주고검 검사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쿠팡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문지석 검사가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문 검사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올해 3월 7일 대검 담당 과장한테 제 의견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엄 전 지청장이) 저한테 9분여간 욕설과 폭언을 했다"며 "대검찰청에 감찰 지시를 하겠다. 사건을 재배당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이 사건과 관련해 문 검사는 5월 8일 대검에서 감찰 조사를 받았다. 조서 검토를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도 했지만 대검이 불허했다고 했다.
문 검사는 증언 과정에서 울먹이면서 "당시 조서 말미에 '너무 억울해서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누가 이 사건에서 잘못했는지 낱낱이 밝혀주십시오'라고 적었는데도 대검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개인이 조직을 상대로 이의제기를 하는 것에 서러움과 외로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문지석 광주고검 검사. 연합뉴스앞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은 해당 사건을 지난 4월 무혐의·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문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상급자인 엄희준 당시 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라는 압력을 줬다고 폭로했다.
문 부장검사는 자신과 주임 검사는 모두 쿠팡의 취업 변경 규칙이 불법이므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김동희 차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차장이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고, 다른 청에서도 다 무혐의로 한다', '괜히 힘 빼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하면서 무혐의 처분을 하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엄 지청장이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따로 불러 쿠팡 사건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주장도 했다. 엄 지청장과 김 차장이 자신을 패싱하고 핵심 압수수색 증거를 수사기록에서 빼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취지다.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과정에서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문지석 검사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정감사가 정회된 뒤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날 문 검사는 '노동청에서 확보한 압수수색 결과는 넣어야 했지 않느냐'고 신가현 당시 주임검사에게 물었을 때 신 검사로부터 "'청장님 지시로, 청장님이 빼라고 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두 번 들었다"고 증언했다. 문 검사는 "제가 국민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신다면 이 자리에서 저를 위증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저는 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엄 전 지청장은 주임검사 의견을 듣고 문 검사와 협의를 했고, 문 검사의 의견도 대검찰청에 보고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증인으로 나와 '신 검사에게 무혐의 지시 가이드라인을 준 적이 없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엄 전 지청장은 지난 17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도 "문 부장검사의 악의적 허위 주장은 무고에 해당한다"며 "차장에게 문지석 부장이 자기 의견을 직접 대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있고, 차장도 문 부장검사가 직접 작성한 5페이지짜리 의견서를 원문 그대로 대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