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정부 주요 정책 담당자들의 부동산 보유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무대응 기조'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에게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하고 처분하라"는 강력 조치를 내린 바 있어 달라진 대응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규제 발표 후 잇단 공직자 '부동산 논란'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정부·여당 인사들을 향한 '내로남불' 비판에 "부동산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아직까지 위법이나 투기 목적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정책 효과를 내보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고강도 규제로 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잡은 뒤, 주택 공급량을 늘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집값 안정과 동시에 자산 이동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경제 선순환도 노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추세가 더욱 굳건히 뿌리내리려면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사회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하게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위직들의 부동산 논란이 불거지며 정책 초반부터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해 7월 배우자 명의로 33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하며 세입자를 두고 잔금을 치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차관은 "실거주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최근 유튜브에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가서 집을 사면 된다"고 한 발언과 맞물려 논란이 증폭됐다.
대출 규제를 집행하는 금융당국 수장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서초구에 고가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해 비판 받았다. 결국 그는 국정감사장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의 지역구 외 규제 지역 부동산 소유 논란이 이어졌다.
文정부 반면교사…"성급한 대응은 자충수"
연합뉴스여론 악화에도 대통령실이 말을 아끼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 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내놓으며 청와대 참모와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들에게 다주택 매각을 권고했다.
정책 신뢰를 높이려는 조치였지만 당시 2주택자였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들이 '똘똘한 한 채'를 남기는 식으로 대처해 역풍을 맞았다. 상당수는 매각을 미루거나 끝내 처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도 "경기도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공직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부급 도청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이 실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소유 주택을 모두 처분하지 않을 시 인사 불이익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사 조치에 반발한 공무원이 소송을 제기한 끝에 대법원에선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때문에 이번 대통령실은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보이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인사 조치 등에는 신중한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경험한 자충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야당 총공세는 부담…여권 내부도 민감
다만 야당의 '내로남불' 공세는 여전히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10·15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하며 여권 인사들의 갭투자가 "위선이자 오만"이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여권에서도 도덕성 리스크를 민감하게 보는 분위기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의 '강남 2주택 보유' 등을 두고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이상경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