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야마시 중심시가지 전경. 유대용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인구감소 벼랑 끝 '선택과 집중'이 불러온 日 도야마의 변화 (계속) |
'0.329' 2024년 7월 기준 전남의 소멸위험지수로,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에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소멸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22개 시·군 중 소멸위험지역(0.5 미만, 낮을수록 고위험)에 속하는 지자체만 20곳에 달한다.
광역화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청년 임대주택 등 지자체마다 갖가지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산발적인 효과만 얻어낼 뿐 뾰족한 해법은 없는 게 전남의 현주소다.
전남 대부분 지자체가 '선택과 집중'을 기조로 인구감소 위기 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집중 투입, 성과를 유도하는 정책 방향을 설정했지만 청사진을 그리는 데 그치고 있다.
일관된 콘셉트나 이를 실행할 매개체가 텅 빈 전남에게 있어 일본 도야마시의 '콤팩트시티'는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도야마역 내 트램 정류장. 유대용 기자
도야마시는 중심지에 도심의 기능을 집약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이어가는 일본 중서부에 있는 인구 약 41만 명의 중소도시로, 도시의 관문 역할을 하는 신칸센 도야마역을 나서면 도시 중심부를 잇는 노면전차(트램)가 가장 먼저 반긴다.
도야마시의 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는 '콤팩트시티'의 핵심 요소다.
트램은 시청·주요 상업시설이 있는 도심을 순환하며 도시 기능과 인구를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고 있다.
도야마시의 '콤팩트시티'는 지역소멸에 대응해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억제하며 효율적인 도시 운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도시계획 전략이다.
주거와 교통, 의료, 교육, 상업 등의 기능을 중심부에 밀도 있게 배치해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고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의 도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같은 전략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현재 전남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먀아시는 2000년대 초부터 인구감소 고령화 등의 문제가 대두된 곳으로, 2035년이면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생산연령이 줄면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행정 서비스 비용도 급격이 증가하는 것으로, 도야마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대중교통을 손봤다.
철도와 트램이 지역 교통의 중심이라는 점에 착안해 도시 재개발 전략을 꾸린 것으로 여성과 고령인구 등 개인 소유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가 3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 도시 구조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편, 거점 지역을 집중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아왔다.
이용객 감소로 폐선 위기에 놓인 북쪽 도야마항선을 '도야마 라이트레일'(LRT, 7.6㎞)로 전면 개조하고 2006년 개통했다.
일본 도야마시 도심을 순환하는 노면전차(센트램). 유대용 기자라이트레일은 기존 노선에서 1.1㎞ 가량을 연장해 시내 트램과 연결했으며 시내 중심가를 순환하는 노선(3.4㎞)도 만들어 각각 포트램과 센트램으로 불리는 현재에 이르렀다.
트램 노선 주변에 고밀도 주거지와 상업시설을 유치한 데 이어 노선 주변을 우선 집중 개발 구역으로 지정, 도시 기능을 집중시키면서 시 전역에 분산된 인구가 도심과 주요 거점지역으로 유입됐다.
공공서비스나 상업, 복지, 의료시설 등도 중심지에 집중 배치,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의 유인 정책을 통해 도심 외곽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고 중심 지역을 집중 재개발해 왔다.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한 '콤팩트시티'를 꾸린 것으로, 도야마시는 일찌감치 철도와 트램이 지역 교통의 중심이라는 점에 착안해 도시 전략을 꾸려왔다.
도시자원의 특성 바탕으로 철저히 중심지를 활성화하는 것에 집중해 효과를 내고 있다.
도야마시 활력도시창조부 도시계획과 구로사키 계장. 유대용 기자도야마시 활력도시창조부 도시계획과 구로사키 계장은 "도야마시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자원의 특성을 우선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도야마시는 트램과 전철이 모두 도야마역과 연결된 특성이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철도나 트램이 교통의 중심인데 버스 이용률이 급감하는 반면 트램은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에 착안해 콤팩트시티 전략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야마시가 추구하는 콤팩트시티에서는 다른 지역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외곽지역의 침체는 이전에도 제기됐던 문제로, 철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심시가지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비효율적인 예산 낭비를 막는 것을 물론 세금 환류에서도 합리적이며 실제 도야마시 면적 0.4% 불과한 중심시가지에서 시 전체 예산의 22.8%를 책임지고 있다.
지역소멸과 관련해 원도심공동화 문제가 대두되는 국내와는 상이한 사례로, 섣부른 도시기능 확장에 앞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도심의 집약화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하는 이유로 여겨진다.
장기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추진해온지 올해까지 20년, 지금의 도야마시는 다음 20년을 계획하는 단계로, '콤팩트시티'에 완성은 없다는 게 도야마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야마시 활력도시창조부 도시계획과 구로사키 계장은 "우리의 콤팩트시티가 성공도 실패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며 "최소 5~10년 동안은 변화를 체감할 수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크게 벌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다만, '콤팩트시티'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에 대한 완벽한 해법이라기보다는 비효율을 정상화해 도시의 지속성을 높이는 방안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도야마시를 벤치마킹해 '콤팩트시티'를 추진한 사례가 잇따랐지만 인구 이탈과 도심공동화만 심화된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남연구원 김대성 사회정책연구실장은 "인구적 측면에서 유사한 일본과 비교할 때 과연 일본의 콤팩트시티 사례를 우리가 받아드릴 수 있느냐라는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전남의 경우 행정서비스를 집약해 사람들이 몰리게 하는 동시에 교통인프라를 확충해 활동 반경을 넓히는 형태로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직까지 이같은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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