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 사옥에서 밴드 소란의 새 미니앨범 '드림' 쇼케이스가 열렸다. 연합뉴스"아름다운 이별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걱정도 많고 고민도 정말 많이 했고 슬프기도 한 심경입니다만 저희가 봄쯤에 이런 결정 하고 남은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든 팬분들을 덜 슬프게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기존에 없던 방법을 써서라도… 생각해서 나온 게 이 방법인 만큼 더 으쌰으쌰하고 행복한 모습 보여드리려고 하고,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슬퍼하지 마세요'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충분히 인사할 수 있는 시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팬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도 똑같아요. 행복한 마음으로 인사를 잘 나누고 싶어요. 마지막 공연까지 열심히 준비할 테니까 기대해 주시고 그 뒤에 저희 세 명을 똑같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영배)2010년 데뷔해 올해 15주년을 맞은 밴드 소란(SORAN)이 새로운 장을 앞뒀다. 지난해 7월 드러머 편유일이 탈퇴해 3인 체제가 된 소란은, 3인으로는 마지막인 앨범으로 돌아왔다. 보컬 고영배만 남아 더 이상 '팀'의 형태를 유지하지는 않지만, 베이시스트 서면호와 기타리스트 이태욱은 소란이 맞이할 '고영배 1인 체제' 연착륙을 위해 당분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새 미니앨범 '드림'(DREAM)을 내고, 음악 페스티벌에 나가고, 내년 1월에는 단독 콘서트도 연다.
소란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MPMG) 뮤직 사옥에서 '드림' 쇼케이스를 열어 취재진을 만났다. MC는 김윤하 음악평론가가 맡았다. 언론 쇼케이스를 개최하는 것은 이날이 데뷔 후 처음이었다고. 소란 결성과 함께 찬란한 활동을 꿈꿨고, 활동을 하면서 꿈을 꿨고, 현재 시점에서 또다시 꿈꾸고 싶다는 콘셉트여서 자연스럽게 '드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란 고영배. 엠피엠지 뮤직 제공
이태욱은 "미리 콘셉트 정하지 않고 각자 작업해서 모아보니까 (공통적으로) '청춘', 그다음에 '꿈'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라고 말했다. 서면호는 "모인 곡을 듣다 보니 팬들에 대한 위로와 공감이라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타이틀곡 '사랑한 마음엔 죄가 없다'는 15년 차 소란의 곡 중 최초의 외부 작업 곡이다. 박우상 작곡가와 송 캠프(여러 작곡가가 모여 작곡하는 방식으로 K팝 제작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다)로 만들었다. 고영배가 단독 작사했다. 장르적으로도 새로운 도전이다. 미디엄 템포의 모던록 사운드로, 도입과 후반부 기타 라인과 폭발적인 가창이 특징이다.
이별하고 나서 죄책감을 가지는 사람들을 보며 '그럴 필요 없이,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더 사랑해도 된다'라고 느꼈다는 고영배는 "저희답지 않은, 흔치 않은 이별곡"이라고 소개했다. 혹시 현재 팀 상황이 가사에 반영된 것인지 질문에, 고영배는 "연애 오래하고 결혼해서 이별 감성이 잘 없다. 실제로 (소란도) 이별 노래를 많이 안 갖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소란 서면호. 엠피엠지 뮤직 제공
그러면서 "요 주제는 상당히 예전에 나중에 한번 꼭 써 봐야겠다고 했던 내용이었다. ('사랑한 마음엔 죄가 없다') 비트를 들었을 때 '어? 이 가사랑 찰떡이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덥석 붙여놓았더니 이번 앨범에 수록됐다. 우리 상황과 맞기도 하고. 저는 연인의 이별 상정하고 쓴 가사지만 공감한다면 팬분들도 조금이라도 위로받으실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우연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스 서면호는 "딥한 저음으로 곡을 깔아줘야겠다고 하셨다. 기존 소란 느낌보다 좀 더 모던하면서도 저음이 굉장히 받쳐주는, 그렇다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건 아니고"라고 전했다. 기타 이태욱은 "보컬 고음이 더 잘 들리고 살았으면 해서 오히려 연주를 조금 이렇게 비껴 나가는 연주를 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다.
멤버 전원이 자작곡을 넣었다. 1번 트랙 '꿈을 꿨어'는 고영배가 단독 작사·작곡·편곡했다. '제2의 가을목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BPM으로 만들어진 밴드 사운드 곡이다. 고영배는 "이 노래 때문에 앨범 제목이 '드림'이 됐다"라며 "주제가 전면에 드러나는 방식 좋아하지 않는데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저희 처음에 대한 이야기, 저희가 꿈꿨던 순간과 무대가 내 눈앞에 있었던 기쁨, 그게 꿈처럼 느껴지는 마음, 앞으로 어떨까 하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답했다.
소란 이태욱. 엠피엠지 뮤직 제공'우리의 영화'도 고영배의 단독 작업곡이다. 하려던 말도, 주고 싶은 마음도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우리들의 영화를 만들어가자는 내용의 이 노래는 팬 송 성격을 지녔다. 서면호는 '밤 시(詩)', 이태욱은 '새벽별'을 단독 작사·작곡·편곡해 수록했다.
서면호는 "소란이 그동안 활동해 오면서 팬분들한테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시를 쓰듯이 밤의 감성으로 만든 노래다. 또 이 곡은 특별하게 오롯이 저희 세 명으로 라이브가 가능한 곡이다. 사실 그동안 음원 발표한 곡 중 그런 곡이 없다. 오롯이 우리 셋만의 힘으로 사운드를 채워보자고 해서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이태욱은 "마지막 트랙인 새벽별이라는 곡을 작업했다. 이 곡도 팬분들에게 전하는 위로, 희망을 담은 그런 가사로 작업을 했던 거 같다. 소란의 음악에 없었던 8분의 6박자 곡"이라며 "뭔가 없는 걸 만들고 싶었다. 8분의 6박자 곡이 있으면 좋겠다 해서 그 곡을 작업했다"라고 밝혔다.
소란이 새 타이틀곡 '사랑한 마음엔 죄가 없다' 무대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쇼케이스에 앞서 소란은 지난 13일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면호와 이태욱이 떠나고 고영배 1인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고영배는 "네 명이었다가 세 명이 되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셋이서 잘해보자고 1년 동안 서로 북돋우며 활동 열심히 했는데, 올봄쯤 우리 미래를 생각하다가 지금이 각자의 타이밍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홀로 활동을 앞둔 고영배는 "혼자 한다고 해서 멤버 영입하거나 할 계획은 없고 15년 동안 유지한 그 길을 잘 발전시키고 유지하겠다. 할아버지 밴드가 되는 게 언제나 꿈"이라며 "멤버들이 소란을 혼자 지킬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준 거고 심지어 그것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기간을 가지고 도와준 거다. 언젠가 셋 다 멋져져서 꼭 작업하거나 공연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태욱은 "정말로 고민을 많이 오래 하고 내리게 된 결정이고 제 마음이 아쉽고 이런 것보다도 사실 팬분들의 마음이 너무 걱정되고 위로를 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콘서트로 위로를 드리고 싶은 생각이 더 앞섰던 거 같다"라며 "앞으로도 소란 많이 응원해 주시고 각자 3명에게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밴드 소란. 엠피엠지 뮤직 제공서면호는 "남은 기간 스케줄이 여러 가지 있다. 방송이든 공연이든, 그 기간 여러분과 멋지고 예쁘고 좋은 추억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여러분들도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저희들과 함께 더 좋은 시간 만들어 가면서 마지막에 있을 공연을 대미로 장식하면서 멋진 마무리 혹은 멋진 출발이 되게 만들어 가면 좋을 거 같다"라고 전했다.
소란은 내년 1월 17~18일 이틀 동안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스탠딩으로 진행된다. 고영배는 "아주 뜨겁게 만들어드릴 것"이라며 "너무 슬퍼하는 장이 되는 것보다는 누구나 오셔도 되는, 소란이 가장 잘하는 신나고 행복한 공연 마음껏 즐기시고 인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소란의 새 미니앨범 '드림'은 오늘(17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