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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와!"…의원들 감정싸움에 국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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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국감중인데…사적 화풀이로 며칠째 싸움질

김우영-박정훈 "찌질" 폭로 파행 거듭
전 국민 생중계 중인데 반말·폭언·욕설
뒷골목 싸움판에 6시간 변변한 질의無
중재 나선 최민희, 느닷없이 언론 저격
설명 없이 "선택적으로 찍는다" 주장만
의원들 싸움에 비공개…절차 위반 소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취재진 퇴장을 선언한 뒤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취재진 퇴장을 선언한 뒤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여야 의원의 볼썽사나운 감정싸움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한나절 파행을 겪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회의에서 욕설과 폭언이 거듭됐고 "한주먹 거리" "넌 내가 이겨" 같이 뒷골목 건달패들이나 쓸 법한 언사가 거침없이 터져나왔다.

중재할 책임이 있는 상임위원장은 난데없이 현장을 중계하던 언론에 화살을 돌리며 고성을 질러 빈축을 샀다. 국민의 대표들이 국정 전반을 감시하라고 세금을 들여 만든 국정감사장이 유치한 싸움판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찌질한 놈" 폭로 2라운드…감정 싸움에 실종된 국정감사


16일 과방위는 오전 10시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우주항공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열었지만, '문자 폭로' 사태의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을 비롯한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면서 재차 파행됐다.

문자 폭로 사태는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이 박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받았던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는 내용의 문자를 공개하면서 벌어졌다. 이에 박 의원이 "한심한 XX"라고 욕을 했고, 여야간 공방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깊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다만 김 의원에게는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다"고 뒤끝을 남겼다.

그 이유로 김 의원 역시 자신에게 '찌질한 XX'라고 문자를 보냈던 데다가, 그날 전화번호까지 함께 공개하면서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표적이 돼 전화를 쓰기 어려운 상황까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반면 김 의원은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은 자신의 통화·문자 내역을 공개해 반박했다. 그는 "제가 박 의원이 보낸 문자에 대해 똑같이 욕설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전화번호 공개에 대해선 "박 의원은 사인이 아닌 공공기관에 해당한다"고 맞받았다.

과방위 여야, '문자 폭로 사태' 충돌. 연합뉴스과방위 여야, '문자 폭로 사태' 충돌. 연합뉴스
두 의원은 지난 9월 초 국회 소회의실에서 있었던 이른바 '멱살잡이' 충돌과 관련해서도 논쟁을 벌였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먼저 자신의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한 반면, 김 의원은 박 의원이 "여기 왜 들어오냐"며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당시 "너 한주먹 거리도 안 돼"라는 박 의원 말을 듣고서 "인간 대 인간으로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했다"라고 응수했다고 기억했다.

공방이 계속되면서 최민희 위원장은 중재를 시도하다가 감사 중지를 선언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우주항공청 등 피감 기관 관계자들이 전부 착석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질의 하나 이뤄지지 못했다.

"한주먹 거리", "내가 이겨"…뒷골목 싸움판 된 국회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과 '휴대전화 문자 폭로 사태' 에 대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과 '휴대전화 문자 폭로 사태' 에 대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오후 2시쯤부터 국정감사가 재개됐지만 둘의 감정 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최 위원장에게 박 의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달라고 요구했고, 박 의원은 김 의원도 본인에게 문자로 욕설을 한 데다가 가족을 건드렸기 때문에 사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카메라가 꺼지면서 보좌진 등 참석자들이 문자나 SNS 등으로 회의 상황을 알렸는데, 두 의원은 "따라오라고 했는데 맞을까봐 안 따라온 것 아니냐(박정훈)", "너 내가 이겨(김우영)" 등 막말을 하면서 한참을 충돌했다고 한다.

결국 김 의원은 박 의원의 전화번호 유출에 대해 사과했고, 박 의원은 욕설로 상임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겠다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감사는 오후 4시쯤부터 재개됐다. 오전 10시에 시작했지만 두 의원의 감정 싸움으로 약 6시간 동안 파행을 거듭한 끝에 첫 질의가 이뤄진 셈이다. 그동안 증인, 참고인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는 전부 국민의 세금으로 꾸려진 신성한 장 아니냐"며 "이런 건 여야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고 혀를 찼다.

최민희, 뜬금 "기자들 나가라"…절차 위반·언론 검열 논란

닫혀 있는 과방위. 연합뉴스닫혀 있는 과방위. 연합뉴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절차가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야 충돌 과정에서 별안간 "기자들 나가라. 선택적으로 찍고 선택적으로 하는데, 나가달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장내를 정리하겠다. 그게 낫지 않겠나"라며 비공개 전환에 반대하는 위원이 있는지 물은 뒤 정회를 선포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선택적으로 찍고 있다는 건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2조(공개 원칙)에는 '감사 및 조사는 공개한다'는 규정이 적시돼 있다. 공개가 원칙인 셈이다. 그 뒤에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부연하고 있지만, 최 위원장은 의결 없이 먼저 '비공개 전환'과 '기자들 퇴장'을 명령했고 뒤늦게 의결 절차를 거쳤다. 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

물론 최 위원장이 뒤늦게나마 국정감사 중단을 선포하고, 이후 안건 처리를 위한 상임위 전체회의로 전환한 뒤 이를 비공개로 하기로 했으니 이때부터는 국회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국회법에도 상임위는 공개가 원칙이다. 상임위 회의 공개 여부는 국회법 75조(회의의 공개)를 준용한다. 이는 '본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 10명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음대로 비공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로 인해 통상 상임위의 비공개 회의는 국가 안보나 사생활 보호, 수사나 재판 관련 등 극히 예외적인 사안일 때만 최소한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작 의원들간 감정 싸움으로, 또 이를 중재하는 위원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비공개 전환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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