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령숙수 경합 당시 인주대왕대비가 연지영이 만든 재첩 된장국을 먹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 '폭군의 셰프' 캡처눈과 귀를 사로잡고 군침까지 돌게 하는 음식, 배척하고 미워했지만 점차 한 팀으로 발전해 나가는 수라간 사람들, 어머니를 위한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왕과 반정을 꿈꾸는 조정 대신들의 대립, '혐관'(서로 혐오하는 관계)였다가 500년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절절하게 사랑하게 되는 로맨스…
지난달 28일 17.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이처럼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드라마였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종영 라운드 인터뷰로 만난 '폭군의 셰프' 배우들에게 '스스로 뽑은 명장면'이 무엇인지 물었다.
가장 많은 답이 나온 건 인주대왕대비(서이숙)가 재첩이 들어간 청량한 된장국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수라간 선임숙수 맹만수 역 홍진기는 "저희 드라마가 CG(컴퓨터그래픽)가 화제였는데 대왕대비 장면에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하셨을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폭군의 셰프'는 매회 새로운 요리가 등장했다. '폭군의 셰프' 캡처그는 "오히려 정서적으로 톤다운하고 눈물을 머금으셨다. '아, 그래! 음식은 이런 기능이 있지' 하고 한번 다운시킨 건데, 화려한 CG로 안 그려도 좋았다. 된장국 신은 감독님도 촬영감독님도 눈물을 흘리셨고, 그 순간 정말 고요해졌다. 모두가 숨죽이게 되더라. 확실히 내공이 있으셔서 현장에서도 많은 울림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서길금 역 윤서아도 "된장국 장면 연기하실 때 저희는 위치가 정해져 있다 보니까 저희는 조금은 관객의 입장에서 볼 수 있었다. (서이숙) 선배님 무대가 약간 연극 무대처럼 보였다"라며 "선배님 연기로 정말 한순간에 분위기가 되게 압도됐다. 선배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또 저는 감명받았다"라고 말했다.
숙원 강목주(강한나)의 밑에 있던 감찰상궁 추월 역 김채현은 "대왕대비마마가 시금치 된장국을 드시며 엄마를 생각하는, (서)이숙 선배님 장면이 개인적인 명장면"이라고 답했다.
김채현은 "모니터로 보면서 선배님 연기는 물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은 정말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나. 그 감정을 하나 막힘없이 그렇게 표현하시는 걸 보고 많이 배우게 됐다. 현장에서 봤던 것을 TV로도 고스란히 전해주시는 걸 보고 역시 명배우시다, 명장면이다 했다. 너무 멋있고 대단하시다"라고 밝혔다.
명나라 사신단과의 요리 경합에서 맹 숙수는 일부러 손을 다치는데 명나라 사신 우곤이 이를 비웃자, 이헌은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라며 조선 숙수들을 감싸는 발언을 한다. '폭군의 셰프' 캡처홍진기는 명나라 사신단과의 경합 때 왕 이헌(이채민)이 조선의 숙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했던 말 역시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당시 맹만수는 강목주의 위협을 무릅쓰고 일부러 자기 손을 다치게 하고 비밀 특훈을 받았던 서길금이 활약하도록 판을 깔아준다.
홍진기는 "제(맹만수)가 손을 베이고 우곤(김형묵)이 조선 숙수들은 칼질도 못 한다고 했을 때 이헌이 하는 대사가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먹이 묻기 마련이고 모든 게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다 시행착오가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말들이 뭔가 지금 제 상황에 참 와닿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맹 숙수 (역할을) 준비하면서 너무 완벽하게 보이려고만 했다. 안 어울릴 수도 있었고 실수할 수도 있었고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과정이지 않나. 저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그 대사가 와닿았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이헌 호위무사 신수혁 역 박영운은 두 가지 장면을 골랐다. 첫 번째는 최종화 때 궁을 탈환하고 나서 이헌을 향해 신수혁이 "전하, 무사히 돌아오시옵소서"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박영운은 "저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 그동안 달려오지 않았을까 해서 그 장면이 가장 슬프기도 하고 안쓰럽고 멋있는 장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1화에 나온 고추장 버터 비빔밥은 12화에서 환세반으로 재등장한다. 환세반이라는 이헌을 모시는 내관 창선이 지었다. '폭군의 셰프' 캡처박영운은 "또 제가 멋있게 본 장면은 헌이와 지영이 마지막 현대에서 비빔밥 먹는 것, (이헌이) 환세반 해 줬을 때가 소름이 쫙 돋더라. 약속을 하지 않았나. 언젠가 해 주겠다고. 사실 (그 장면) 찍는 걸 못 봤다. 근데 마지막에 (방송으로) 보는데 그 장면이 그렇게 애틋하고! 와, 너무 좋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헌과 연지영이) 첫 만남에 먹었던 음식이 비빔밥이었고, 또 ('환세반'은) 창선(장광)이 지은 이름이기도 해서 되게 의미가 있는 음식인데, 결국은 마지막에 그걸 해 주면서 끝난 장면이 되게 기억에 남더라"라고 답했다.
도승지 임송재 역 오의식은 "그런 장면(명장면)이 너무 많아서… 감동적이고 멋있고 예뻤던 장면을 얘기하자면 너무 많을 것 같다"라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건 음식이 만화처럼 표현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공길이 연지영을 놀릴 때 한 춤동작은 소녀시대의 '지' 안무였다. 아래는 이헌이 무사하길 바라는 신수혁의 모습. '폭군의 셰프' 캡처오의식은 "저도 시청자의 한 명으로서, 사실 저희가 촬영하긴 했어도 그게 감독님께서 어떻게 연출해 완성할지는 확인을 못 했다. 매번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너무 재미있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막 웃으면서 봤다"라고 전했다.
광대 공길 역 이주안은 "12화를 배우들 몇 명이서 다 같이 단관(단체 관람)했다. (이헌과 연지영이) 현대로 돌아가기 직전의 장면이 뭔가 코믹 같으면서도 너무 진지하지 않았나. 갑자기 막 한자가 몰아치고 올라가서 '뭐야, 저게?' 하는데 채민이(이헌 역)는 밑에서 너무 절절하게 연기하는 걸 보니까… 그런 장면이 재미있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본인 장면이나 대사 중에서 골라달라고 요청하니, 이주안은 "사람들이 하도 많이 말해서 '지'(Gee)밖에 생각이 안 난다. '지' 안무하면서 '안 그러겠소'라고 한 것. 저에겐 흘러가는 대사였는데 사람들이 많이 말해주시더라"라면서도 "저는 제 대사를 아직도 다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