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왼쪽부터)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소방청은 초진엔 성공했지만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을 감안해 완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 가동 중단…잇따른 '먹통'
27일 정부24 서비스 홈페이지에 서비스 일시 중단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24 홈페이지 캡처정부에 따르면 전날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 전산실 리튬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재 모바일 신분증과 정부24 등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질병청의 경우 이번 사태로 장애가 생긴 시스템은 질병청과 소속기관 홈페이지, 내부 행정시스템,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 방역통합정보시스템 등이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즉시 대응이 필요한 제1급 감염병이나 원인불명 감염병, 생물테러 감염병 사례는 질병청 종합관리실로 즉시 유선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서울시 민원 서비스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시 온라인 민원 홈페이지에 "간편인증 시스템 장애로 인해 간편인증이 불가능하니 공동인증서를 이용해 인증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시 홈페이지에서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면 기존에는 카카오톡·네이버 간편인증 방식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은행 공동인증서를 이용한 방식만 가능한 상태다.
아울러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도 이용 장애가 발생했다.
정부 부처를 지휘·감독하는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도 '먹통'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19시스템의 위치 추적 등 일부 기능에 오류가 발생하자 관련 정보 공유에 나서기도 했다.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비롯한 교육시스템 접속에도 문제가 생겼다. 교육부 산하기관 홈페이지인 나이스에 접속하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일부 로그인서비스(간편인증 등)가 제한되고 있다"면서 "신속히 복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이용 제한 상황을 담은 글이 뜬다.
연합뉴스경기도교육청도 내부 업무포털에 '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나이스, K-에듀파인 로그인 불가 안내' 공지를 올렸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나이스 서버 등 물리적 체계는 시도교육청과 나이스 총괄센터에서 별도 관리하므로 데이터 유실 등 시스템 문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홈페이지도 이날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교육부도 관련 시스템들이 영향을 받고 있고, 일부는 우회 조치 등을 통해 가동하고 있다"며 "교육부 장관 직속 비상 상황반이 가동 중이며, 미복구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모바일 신분증과 정부24 등 정부 행정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한국공항공사는 공항 이용 시 반드시 실물 신분증을 지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전산망과 연계된 버스·철도 등 교통 서비스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버스·철도 승차권은 다자녀·국가유공자·장애인 할인 혜택 신청을 위한 인증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스템이 마비된 우체국 체크카드 결제도 불가능한 상태다.
국토부는 철도·버스 할인 승차권을 예매·발매할 때 실물 신분증 등의 증명 서류를 지참하고, 우체국 체크카드 외의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하도록 공지했다.
온라인을 통한 복지서비스 신청과 화장 예약 등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복지서비스 종합포털 '복지로'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도 현재 먹통이다. 전국 화장시설을 검색해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사이트로, 당분간 화장 예약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장사지원센터 전화 상담은 오후 2시 30분 현재 "모든 상담 업무가 종료됐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시스템 장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이스란 제1차관 주재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필요한 조치를 논의했다.
소방청 "완진까지는 다소 시간 걸릴 것"…정부 "속도감 있게 조치"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소방청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완전 진압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현재 불이 발생한 5층 전산실 내부 확인을 위해 배연 및 냉각 작업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날 화재로 전산실 내 배터리팩 384개가 전소됐는데,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133개를 밖으로 옮겼다. 작업은 다음날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협소한 공간과 고열 속에서 국정자원 핵심 시설 보호를 최우선으로 대응했고, 발화 약 10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초진에 성공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화상 1명의 경상자 발생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가의 중요한 전산 시스템이 한곳에 밀집된 시설 특성상 화재 진압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세종과 대전 정부 부처 내부 전산망이 마비됐고 부처 홈페이지 접속도 원활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제일 먼저 우선 신속한 복구에 힘쓰겠다. 속도감 있게 조치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을 투명하게 국민 여러분께 신속하게 소통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