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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생각만으로 제어하는 로봇…상상을 현실로 만든 Brai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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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브레인코, 생각으로 움직이는 의수·의족 개발해 이미 상용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AI 알고리즘, 로봇 제작 기술 결합
"50km 밖에 있는 모기 날갯짓 소리 감지하는 수준의 기술"
실제 생활에서 의수·의족 착용한채 섬세한 동작과 작업 가능
뉴럴링크와 달리 '비침습식' 기술로 윤리적 논란서 자유로워
미국 하버드대 내에서 창업…항저우시 '삼고초려'에 중국행
항저우 2017년부터 인공지능타운 설립해 AI 기업 유치·지원


중국 인공지능(AI) 혁신기업이 밀집한 항저우 인공지능타운에 위치한 'BrainCO'(이하 브레인코)의 제품 전시장.

기자가 팔찌 모양의 센서장비를 팔뚝에 차고 안내 직원의 설명에 따라 손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2~3번 반복하자 센서장비와 무선으로 연결된 컴퓨터가 관련 정보를 학습했다. 이후 같은 동작을 하자 전시된 의수(로봇손)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기자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했다.

이어 안내 직원이 기자의 주먹 쥔 손을 감싼 뒤 손을 펴려고 시도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실제 기자의 손은 펴지지도 않았는데 의수가 펴졌다. 함께 전시관을 찾아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꺼번에 탄성이 터져나왔다.

시간 관계상 주먹을 쥐고 펴는 동작만 시연했지만, 손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동작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도 본적이 있었지만, 사람의 의도나 생각만으로도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은 처음 봤다"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AI 스타트업 딥시크 등과 함께 항저우 육룡(六龍)이라 불리는 브레인코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스타트업으로, AI 알고리즘과 뇌파·근육 신호를 활용한 의수, 의족, 신경 피드백 시스템 등 첨단 의료·로봇 장치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브레인코의 의수를 착용한 시연자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항저우=임진수 특파원브레인코의 의수를 착용한 시연자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항저우=임진수 특파원
이 가운데 브레인코가 개발한 의수와 의족이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된 점은 단순히 외형을 유지하거나, 활동 보조를 넘어서서 비장애인과 비슷한 수준의 동작과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는 뇌-컴퓨터 BCI 기술과 AI 알고리즘, 그리고 로봇 제작 기술을 결합한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신체 부위를 움직이려고 하면 뇌의 전기적 신호인 뇌파가 발생하고, 해당 신체부위로 이어지는 근육과 신경도 미세하게 반응하게 된다. 브레인코는 특수제작된 센서를 통해 신체에서 보내는 이런 신호를 수집, 분석한 뒤 의수에 전달해 동작이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의수'를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만 실제 이를 구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비청 창업자 겸 CEO는 과거 인터뷰에서 이 작업을 시끄러운 해변에서 5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모기의 날갯짓 소리를 감지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일을 브레인코가 해냈고, 브레인코가 항저우 육룡이라 불리며 중국의 첨단 산업을 이끌어갈 기대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레인코는 이미 2022년 비침습식 BCI 제품 10만대 생산을 달성했으며, 투자 유치액은 3억달러(약 4200억원)를 넘어섰다.

브레인코의 의수를 착용한 시연자가 붓글씨를 쓰고 있다. 항저우=임진수 특파원 브레인코의 의수를 착용한 시연자가 붓글씨를 쓰고 있다. 항저우=임진수 특파원
이날 기자가 체험해 본 의수도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고 이날 전시장에서도 장애인으로 일상생활에서 해당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 이들이 시연자로 나섰다. 시연자들은 피아노 연주나 서예 등 섬세한 동작이 필요한 작업을 자연스럽게 해냈다.

브레인코가 개발한 의족을 착용한 시연자도 있었는데, 기자가 브레인코에 도착했을 때부터 해당 시연자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로비와 전시장 등을 오가는 모습을 목격해 자신이 직접 밝히기 전까지는 의족을 착용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해당 시연자는 기존 제품들은 발이 바닥을 끄는 수준이지만 브레인코의 의족은 발을 자연스럽게 내딛는 동작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특히, 걷는 것을 넘어 암벽등반 등 고난도의 스포츠도 가능하다면서, 자신은 브레인코 의족을 착용한 뒤 헬스트레이너로 새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브레인코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2016년 설립한 뉴럴링크와 종종 비교된다. 다만, 뉴럴링크는 뇌에 직접 칩을 이식하는 침습식 뇌-컴퓨터 BCI 기술이 주사업 분야인 반면 브레인코는 피부에 접촉하는 센서 만으로 동작을 제어하는 비침습식 기술을 주로 활용한다.

따라서 뉴럴링크가 실명, 파킨슨, 간질, 루게릭병 등과 같은 심각한 뇌 질환 극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브레인코는 신체장애와 자폐증, 불면증 등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비침습식 기술이라는 점에서 침습식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다.

한비청 창업자 겸 CEO. 브레인코 SNS 캡처한비청 창업자 겸 CEO. 브레인코 SNS 캡처
브레인코가 처음 설립된 곳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뇌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한 CEO는 중국인 연구자들을 모아 2015년 하버드대 뇌과학 센터내에 브레인코를 창업했다. 2019년 브레인코의 제품은 미국 타임지의 100대 발명품으로 선정되는 등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전인 2018년부터 브레인코의 중국 이전을 타진한 곳이 바로 항저우시이다. 한 CEO는 당시 항저우시 관계자들이 미국으로 직접 날아온 것은 물론 브레인코 유치를 위해 생소한 분야인 뇌-컴퓨터 BCI 기술을 꿰차고 있었다면서 이같은 열정에 감동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브레인코가 입주해 있는 항저우 인공지능타운은 AI을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 인공위성, 드론, 3D스케너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입주해있다. 항저우시는 이미 2017에 인공지능타운을 설립해 이런 혁신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브레인코도 항저우시가 삼고초려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중국계 과학자가 세운 미국 기업으로 소개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 4천만원)로 100배 인상하는 등 해외 인재에 장벽을 세우면서 브레인코 처럼 중국행을 택하는 혁신기업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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