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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5일제' 스웨덴은 왜 중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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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선진국 스웨덴에서 1일 근무시간을 8 → 6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이 실시됐던 건 2015년~2017년까지 2년이었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스웨덴 예테보리시(市) 스바르테달렌 시립요양원에 근무한 간호사들의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에서 3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예테보리시가 낸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병가 사용일수가 사업시행 전에 비해 10% 감소했고, 이는 다른 요양원 간호사들의 병가일수가 62.5% 증가한 것과 대비됐다. 간호사들이 환자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활동시간을 측정한 결과, 무려 64% 증가했고 '간호사들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정도'를 설문조사 했더니 그 정도가 5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의 만족도와 건강이 좋아지고 노동생산성도 일부 증가하는 등의 긍정적인 제도시행 효과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 2년이 끝나자 제도는 폐지됐다. 제도가 단명으로 종료된 이유는 비용문제 때문이었다.
 
요양원은 근무시간 단축으로 발생한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인력을 고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숫자는 17명으로 기존 직원 68명의 25%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17명을 추가 고용하는데 소요된 인건비는 1200만 크로나(한화 15억여원)였다.
 
제도의 전면 시행을 위해 실시했던 시범사업에서 15억원이 넘는 추가비용이 발생하자 노동시간 단축의 긍정효과보다는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 채 스웨덴 사회에서 찬반논란이 벌어졌고 예테보리 시의회는 찬반투표에서 39대(폐지) 32로 안을 부결시켰다.
 
이 사안은 노동자 삶의 질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였던 만큼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선진 경제권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나서는 국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벨기에가 유럽 최초로 주 4일제를 법제화했고 아일랜드는 민간부문에서 4일제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며 스페인은 2022년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외에도 아랍에미리트와 아이슬란드, 일본 등으로도 4일제의 선택적 시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주 5일제가 대세다.
 
노동자 권익보호에 진심인 이재명정부는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을 향후 5년 이내에 OECD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주 4.5일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실노동시간 단축로드맵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정부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의 청사진 마련에 나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의 생산성을 담당하는 기업활동의 효율성과 직결된 문제로 제도가 어떤 형태로 시행되는 지에 따라 사회전반에 강한 파급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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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모두는 문재인정부에서 제도화 된 주 52시간제와 이에따른 파급영향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관련 입법으로 기업현장의 근로풍경은 거의 180도로 바뀌었다. 52시간 시행의 여파로 노동인력이 사라진 시간대에 대한 대책마련에는 기업들의 재원이 추가 투입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사내 T/F가동이 일반적이었다.

바뀐 제도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근로시간 공백은 누군가는 메워야 한다. 미중간 기술패권경쟁이 어느때보다 치열해지는 요즘 IT 등 연구개발분야의 노동시간단축이 기술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로드맵을 마련하고 법적제도적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는 4.5일제의 시범실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 325억원의 예산도 반영해뒀다. 이미 제도의 시행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면 '노동시간이 줄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란 기업의 우려가 제도 도입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테보리 보고서의 경우를 우리나라 산업계에 존재하는 모든 노동유형으로 일반화할 수 없지만, 4.5일제가 기업생산활동에 미칠 영향, 특히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조정의 여지나 낮아질 생산성을 메울 대책,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안에 대한 정밀한 의견수렴과 이를 토대로 한 제도의 디자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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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제 도입의 킥오프 모임인 '로드맵 추진단'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모두 참여하고 경영계가 함께 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4.5일제가 국정과제라고 해서 빠른 도입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새로운 제도 도입시 재 수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에서 제도의 완성도를 강조한 바 있다.

노사간의 첨예한 이견이나 의견대립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고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문제는 잠재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영향이 미치고 또한 우리 국민들이 먹고사는 생산성을 다루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시안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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