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심리적 저항선이던 1400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이하에도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 후속으로 진행 중인 3500억달러 대미투자 협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환율은 1403원으로 출발해 1400원선에서 공방을 벌인 끝에 1400.6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24일 환율은 1403.8원으로 야간거래를 끝내 지난 5월 14일 이후 4개월여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달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지만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6개 주요 통화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7일 금리 인하 때 96에서 최근 2% 가까이 오른 97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시장은 당초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23일(현지시간)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을 우려하며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면 물가상승률 목표인 2% 달성을 위해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페드워치를 보면,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은 17일 81.5%에서 최근 74.4%로 다소 후퇴했다.
여기에 영국 재정적자 우려로 인한 파운드와 프랑스 재정 리스크 악화에 따른 유로, 일본의 금리인상 지연에 따른 엔화 등 주요국 통화의 동반 약세도 달러의 상대적 강세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1400원대 환율 수준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지난 5월 달러인덱스는 102 수준으로 현재와 비교하면 달러가 4% 넘게 약해졌지만, 원화는 제자리걸음인 탓이다.
이처럼 최근의 환율 상승 원인은 대미 투자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한미는 관세협상 후속으로 진행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인다. 미국은 일본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할 때 현금으로 즉시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한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요구를 받아주면 내년 말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문다운 연구원이 추산한 결과, 환율이 장기평균 추세를 이어가면 내년 말 1431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미투자가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지면 1579원으로 상승하고 4년간 분산투자로 진행되면 1536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 연구원은 "대미투자가 단기간에 집행될 경우 외화 유출이 급격하게 확대되며 적정환율 수준을 100원 이상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양국 입장 차이로 협상이 교착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그동안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가 높게 유지되는 점도 한국 매크로(거시경제)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 협상만 잘 마무리된다면 우호적인 달러 수급 여건에 따라 환율이 1300원대 중반으로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달러 수급 개선 요인으로는 당초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국내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 확대, 내년 4월로 예정된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기대감에 기댄 외국인의 국내 국채 매수 확대 등을 지적할 수 있다"면서 "한미 협상 타결을 전제할 경우 현 환율은 오히려 관세 충격을 일부 상쇄시켜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