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씨의 첫 재판이 40분 만에 종료된 가운데, 김씨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전직 영부인이 구속돼 재판에 출석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10분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씨가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지난달 12일 구속된 뒤 처음으로, 40여일 만이다.
특검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통일교 관련 금품 수수 혐의가 포함된 공소 사실을 모두 진술했다.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공범들이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마친 뒤 정치자금법 위반과 알선수재 혐의 사건을 심리를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김씨 측은 "이미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진 사건으로 특정 시기만을 추출해 주가조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주가 조작 공범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진술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태균씨가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명태균씨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몇 차례 받은 것으로 별도 계약 관계가 아니"라며 "굳이 명씨를 통해 별도의 여론조사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고 특검이 어떻게 가치 산정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일교 관련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통일교 측의 청탁 내용을 알지 못하고 들어준 사실도 없으며 샤넬 가방 등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공판준비기일 없이 첫 공판을 진행하며 신속 재판 의지를 나타낸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씩 재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다만 10월의 경우 법정 확보가 쉽지 않아 15·22·24·29일 4차례만 공판이 진행되고 11월부터는 매주 두 차례 재판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다음 달 특검 측 주신문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은 주로 11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오후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갖기로 했는데 이날 출석 의무가 없는 김씨는 불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증인신문 순서 등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 8억1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지난달 29일 구속기소 됐다.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합계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7월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 관련 청탁을 받고 고가 목걸이 등 합계 8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받는다.
김씨의 범죄수익은 총 10억3천만 원으로 산정됐다. 특검은 형 확정 전 범죄수익의 임의 처분이나 빼돌리기를 막기 위해 기소와 함께 이에 대한 추징보전도 청구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오후 12시 35분쯤 서울남부구치소를 출발해 1시 25분쯤 서울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뒤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들어섰다.
김씨는 검은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머리는 하나로 묶었고, 왼쪽 가슴엔 수용번호 4398번이 적힌 배지가 달렸다.
앞서 재판부는 법정 촬영을 허가했는데 촬영은 김씨가 법정에 들어서면서 피고인석에 앉는 모습까지 30초 정도 이뤄졌다. 김씨가 법정에 들어서기 전 재판부는 촬영을 허가한 이후와 촬영 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김씨는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를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직업이 없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네.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는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말했고 생년월일을 묻는 말엔 "1972년 9월 2일"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