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등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메시아(구원자)이자 독생녀라던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가 구속되면서 통일교 내부에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한학자 총재의 장·차남 일가가 나서 현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내부 파열음이 일고 있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23일)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손자 문신출·문신흥(장남 子)씨와 며느리 문연아(장남 배우자)·문훈숙(차남 배우자)씨는 현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교주 한 총재의 부재 상황을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책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입장문 형식으로 통일교 신도들에게 "참어머님께서는 21일 만약을 대비하는 뜻으로 통일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천애축승자와 참가정 사위기대를 중심으로 하나 되어 일하라 말씀을 주셨다"고 밝혔다. 천애축승자는 한 총재 손자 문신출·문신흥씨를 뜻하고, 참가정 사위기대는 한 총재의 장·차남의 며느리 문연아·문훈숙를 뜻한다. 장남(문효진)은 2008년에, 차남(문흥진)은 1984년에 각각 사망했다.
쉽게 말해, 한 총재가 자신이 구속될 경우 이들에게 통일교의 위기 상황을 잘 대응해달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들은 "홀리마더한 참어머님을 온전히 모시지 못한 지도부는 깊이 회개하며 모두 백의종군한다", "천애축승자와 참가정 사위기대를 중심으로 가정연합 대표자 회의를 구성하고 조속히 발표한다"라고 제안했다. 현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참어머님'은 한 총재를 뜻한다.
통일교 전국 교구장 일동도 입장문을 내고 한 총재 손자 장·차남 일가 제안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법적 사건을 넘어, 가정연합(통일교)의 신뢰와 섭리의 정통성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기이자 재난의 순간"이라며 "이번 사태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정 전 부원장은 반드시 전 식구들 앞에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교구장들은 한 총재가 남긴 말처럼 장·차남 일가를 중심으로 비상대책협의체 등을 신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한 통일교 신자는 다른 신도들에게 보낸 글에서 "현실 정치 참여의 위험성과 불법 부당한 재정 지출의 위험성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방책도 없이 설쳐 대며 하늘의 섭리를 그르친 통일교회, 성찰하라"고 현 지도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앞서 한 총재는 23일 새벽 구속됐다. 메시아(구원자)이자 독생녀라던 그는 '정교일치' 이념을 강조하다 끝내 국정농단 의혹의 한 축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교단의 수장이 구속된 것은 통일교 창시 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2인자'로 불리던 정원주 전 천무원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한 총재는 김건희씨에 대한 총 8천여만원 상당 명품 선물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1억원 불법 정치자금 전달 혐의를 받는다. 또 김건희씨에 전달한 샤넬 가방 등 명품 선물을 통일교단 비용으로 처리해 횡령 혐의도 받고 있으며, 과거 해외 원정 도박에 나섰다는 의혹도 있다. 아울러 권성동 의원에 금품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통일교는 한 총재 구속 직후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