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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당구 큰 별 졌다' 최장수 당구 잡지 김기제 발행인, 90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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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당구 잡지를 발행하는 등 한국 당구 발전에 큰 공헌을 했던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빌리어즈 최장수 당구 잡지를 발행하는 등 한국 당구 발전에 큰 공헌을 했던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빌리어즈 
한국 당구 발전에 큰 힘을 쏟았던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이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21일 오전 3시 15분께 김기제 발행인이 별세했다고 전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1987년부터 당구 잡지를 발행하며 종목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 창원 출신인 김 전 발행인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간스포츠, 주부생활 기자로 활동했다. 지난 1981년 군사 안보 전문 출판사 팔복원을 설립한 고인은 채명신(1926~2013) 장군의 회고록 '베트남 전쟁과 나' 등을 출간했다. '월간 자동차'와 '월간 주유소'를 발행하는 등 잡지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고인은 "빌딩마다 당구장이 있는데 당구 잡지가 없다"는 지인의 권유에 1987년 2월 '월간 당구'(현 빌리어즈)를 창간했다. 당시 당구 관련 법정 단체는 보건사회부 산하에 등록된 사단법인 대한당구협회가 유일했고, 고인이 "한국 당구는 유기(遊技·오락)로 치부된 탓에 스포츠로 인정받기는 요원했다"고 회고할 만큼 종목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월간 당구 창간 3개월 만에 난관에 부딪혔지만 고인은 기존 '월간 주유소' 판권을 매각하며 발행을 이어갔다.

특히 고인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구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월간 당구' 권두언 칼럼에 "범당구계 대책기구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또 '부산아시안게임 당구 정식 종목 채택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앞장서 추가 종목 선정을 이끌어냈다.

김 전 발행인은 2014년에는 범당구계 단체인 '초중고 정화 구역 내 당구장 설치금지 규제 철폐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에 2022년 교육환경보호법이 개정돼 중고교 앞에도 당구장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고인은 이후 '한국 당구 135년사' 집필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일본 외무성이 발행한 '통상휘편' 제5책의 조선 관련 부분에 '1884년 11월 중 수입품 요략(일본산)'에 옥돌 당구대 1대가 수입된 사실이 수록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 당구의 시작이 1909년이 아니라 1884년이라고 주장했다. 고인의 딸인 빌리어즈 김민영 기자는 1884~2019년까지 당구 역사를 담은 '한국 당구 135년사'에 대해 "아버지께서 아픈 와중에도 집필을 끝냈고, 곧 출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영철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은 "전국체전에 당구가 포함될 때도 고인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당구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낸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장수 전 당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1980년대만 해도 당구장은 도박하는 곳으로 인식됐다"면서 "침체한 당구가 스포츠로 인정받게 하려고 당구계를 한데 묶는 일에 평생 헌신한 분"이라고 기렸다.

유족은 부인 정현주 씨와 1남 3녀(김지영·김서은·김민영<빌리어즈 기자>·김도하<빌리어즈 편집장>)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 특6호실이고 발인은 23일 오전 8시, 장지는 이천남한강공원묘원이다. ☎ 02-6986-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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