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토론회'에 참석하여 패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환경부 제공 정부가 국제사회에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순배출량 제로)' 실현을 위한 중간 단계 목표 수립 시기가 다가온 가운데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어떻게 줄일지 전 국민적 지혜를 모으기 위한 대국민토론이 시작됐다.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총괄토론을 시작으로 총 7차례에 걸쳐 전력·산업·수송·건축 등 부문별 감축 목표와 방안을 논한 뒤 마지막 종합토론 등을 거쳐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잡은 바 있다. 2035 NDC 수립을 앞두고 유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에선 61% 감축을 제시한 가운데, 이보다 더 높은 목표를 요구하는 환경단체와 더 낮은 목표를 요구하는 산업계 및 각계 각층의 설전이 예상된다.
김성환 장관 기조발제 자료화면 캡처토론회의 스타트는 김성환 환경부장관이 직접 끊었다. 김 장관은 총괄토론의 첫 순서인 기조발제에 '탈탄소 녹색 문명으로의 전환' 발표자로 나서 EU(유럽연합)의 탄소장벽과 중국의 가파른 녹색산업 성장 속도 상황을 들어 "(기후변화 대응이 늦으면) 기후 때문에 재앙이 오는 것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대한민국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새 정부가 안고 있는 구체적인 대응 과제로는 연내 2035 NDC 수립 및 과거 정부에서 세운 2030 NDC 목표 이행의 중요성을 들었다.
우선 2030 NDC 목표 이행을 위해 구체적으로 "2018년 7억 2700만 톤을 4억 3600만 톤까지 40% 줄이겠다고 유엔에 약속했는데, 현재까지 8900만 톤 정도 줄여서 이재명정부 5년간 2억 톤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매년 4천만 톤 이상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대대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현재 재생에너지 총 누적량이 34GW에 불과하다"며 "이를 이재명정부 5년간 최소 100GW 이상으로 늘리려고 계획을 수정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환경부로의 확대 개편이 연내 마무리되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환경부에서 짜게 되는 만큼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4차 계획기간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 현재 유명무실한 배출권거래제 시장을 실질화하고, 자동차뿐만 아니라 농기계·건설기계·선박 등 모든 수송 부문의 전기화·수소화 및 건축 부문 열에너지의 전기화 등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김성환 장관 기조발제 자료화면 캡처2035 NDC 수립과 관련해선 지난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8조에 2031~2049년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법 개정을 내년 2월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엮여 있는 점도 언급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의견수렴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논의되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로는 △48%(산업계 요구 반영) △53%(선형 감축) △61%(국제사회 권고) △65%(플랜1.5 등 환경단체 요구)를 제시했다. 다만 "객관식은 아니다. 4지선다형을 고르란 게 아니라, 이런 선형들이 있을 수 잇는데 이걸 고려해서 어떻게 할 건지를 종합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라고 부연했다.
김 장관 설명에 따르면, 영국은 1990년 대비 81% 감축 목표를, 일본은 2013년 대비 60% 감축, 독일은 1990년 대비 77% 감축, EU는 대략 62~72% 내외 감축 계획 수립 중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4일쯤 2035 NDC를 발표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플랜1.5 최창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ICJ(국제사법재판소) 권고적 의견에 부합하는 2035 NDC 감축수준과 수립방향' 발표를 통해 "2030 NDC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순위에서 67개국 중 63위, 비(非)산유국 중에선 꼴찌에 머물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15위, 1인당 배출량 5위로 책임이 매우 크다"면서 "2035 NDC는 적어도 전 세계 평균 감축률 61% 이상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발제자로 나선 대한상공회의소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산업·기업 입장에서 본 2035 NDC 및 탈탄소 산업 전략' 발표에서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경영의 중요한 부분으로 넣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기업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국제사회 추세를 고려해 규제보단 인센티브(일본) 중심으로 기업의 탄소중립을 지원해주길 당부했다. 또 철강·시멘트 등 전형적인 다(多)배출 산업을 지원할 전환금융 도입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남은 토론회 일정. 환경부 제공정부는 이번 릴레이 토론회를 거쳐 적어도 오는 11월 초,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최 전까지 2035 NDC를 수립해 유엔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환경단체 일각에선 졸속논의 우려도 나온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토론회가 열린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35 NDC 논의 과정이 불과 한 달 반 정도에 불과하해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어려운 점 △ 40% 중후반대, 53%의 감축 목표가 대안에 포함된 점 △목표 수립 과정에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노동자, 농민,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배제된 점 △기후정책과 거버넌스 전반에 젠더 정의의 관점이 논의되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