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1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다자외교의 꽃'이라 불리는 유엔 무대를 밟는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의미 있는 기록도 쓴다. 다만 이 대통령을 국제무대에서 보좌할 신임 유엔대사에 보내는 우려의 시선은 적잖다.
19일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2~26일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24일에는 한국 정상 처음으로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우리 정부의 외교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기 위한 한국의 기여 방안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을 유엔 일정을 보좌할 신임 대사에 보내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차지훈 유엔 신임 대사는 18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유엔 본부에 부임했다. 주유엔대사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의 임명하는 자리로, 별도의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 절차가 없다.
차 대사는 유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공식 회의나 비공식 토의를 주재하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란의 핵제재 복원 여부와 가자지구 문제 등 의제의 무게감이 큰 시점이다. 특히 고위급 회의 기간 유엔 일정은 급박하고 복잡하게 전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엔 대사에 베테랑 외교관이 주로 임명돼왔던 이유다.
차 대사는 미국 아메리칸대 대학원에서 법학석사(LLM)를 취득했고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전문위원, 법무부 국제투자분쟁 법률자문위원, 예금보험공사 글로벌 법률자문위원,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인 등을 지냈다. 외교 경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UN 총회 순방 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대신 부각되는 이력은 이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이다. 그는 이 대통령과 사시·연수원 동기로, 연수원 시절 이 대통령과 학회 활동 등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변호인단에 참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끌어냈다.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외교 최전선, 다자외교 격전장 유엔에 외교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내세운 것은 정말 우려스럽다"며 "배우면서 적응하라는 식의 임명은 국익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차 대사 논란에 "국제중재, 국제금융 등 국제 이슈에 대한 이해가 깊고 중재·협상 경험이 많은 법조인"이라며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근거로 든 정부의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있다. 국제법과 외교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영역이라는 지적이다.
위 실장이 야당 시절 "특임공관장 임명이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어 외교 역량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많다"며 자격심사를 강화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