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민 기자충북대학교병원에서 1년 반 만에 업무에 복귀한 전공의들과 기성 교수들 간 미묘한 감정싸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그동안 수련 과정에서 감수해 왔던 각종 불합리한 업무 지시와 관행 등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1일부터 전공의 91명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의료 정상화를 되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병원 측과 수련 계약 과정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전공의들은 법정 기준에 맞게 주당 근무 시간을 대폭 줄이고, 수련 교육프로그램도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관련 계획안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72시간 이내 근무 시간과 24시간의 연속 근무를 관철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기존 기준은 근무 시간 80시간, 연속 근무 36시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충북대병원 한 전공의는 "그동안 수련이라는 명분 아래 평균 100시간이 넘는 과도한 업무와 저임금 구조로 희생을 강요당했다"며 "우리의 권리와 인간다운 삶 보장을 위해 기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최범규 기자의정 갈등 속에서 전공의들의 업무까지 떠안으며 의료 현장을 지켜온 교수들은 당혹감을 넘어 서운함까지 내비치고 있다.
충북대병원 한 교수는 "과거에는 제자들을 위해 조건부 없이 희생하는 교수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 전공의들의 태도에 전공의들을 제자가 아닌 근로자로 바라보는 시각도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부터 대한전공의노조가 설립됐고, 서울대학교병원 등 주요 수련병원에도 지부가 속속 출범하고 있다. 전공의들도 전에 없는 노조를 통해 단체교섭권과 행동권 등을 갖게 된 셈이다.
현재 대한전공의노조에는 출범 3주도 채 되지 않아 1천여 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병원 전공의 사이에서도 노조 지부 설립을 논의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