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신화나 전설, 괴물 등 그로테스크하고 암울한 소재를 통해 독창적인 세계를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가 왜 자신이 그토록 '괴물'을 사랑하는지 그 이유를 직접 밝혔다.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한국 영화를 너무 사랑하고, 한국 감독님들과 친분도 있지만, 한국에 온 건 처음"이라며 "아름다운 페스티벌의 규모, 청중의 수준, 전 세계 영화를 향한 한국 관객들의 취향이 대단하다"는 말로 부산 방문 소감을 전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고전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한 작품으로,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올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함께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TV를 통해 처음 접한 '프랑켄슈타인'은 기예르모 감독의 마음에 와닿으며 푹 빠져들었다. 그에게 '프랑켄슈타인'은 마치 자신의 전기가 담긴 것같이 느껴졌다.
그는 "소설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자전적인 이야기이고, 소설가의 인생을 알면 알수록 영화가 점점 더 내게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됐다"며 "내가 30대, 40대에 만드는 '프랑켄슈타인'과 60대에 만든 '프랑켄슈타인'은 또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모든 게 이분법적이다. 인간은 한쪽으로만 갈 순 없다. 아침에는 성인이지만, 저녁에는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며 "왜 우리는 이 불완전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는가. 우리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괴수'에 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
기예르모 감독은 "괴수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며 "TV에는 아주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만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괴물은 완벽하지 않은 성자와 같아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기도 하고, 비범함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상징성이 크다.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어서 매력을 느낀다"며 "완벽하지 않은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다. 괴수들은 사회적, 정치적, 정치적으로 좋은 상징이 될 수 있다. 동화를 통해 내 아이디어를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 괴수와 관련해 협업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그는 "나도 한국 괴수들도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는 선물로 받은 책 '한국 괴물 백과'를 보여주며 "모든 (한국) 신화를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멕시코인으로서 자연을 비롯한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