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미국이 9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최고 수준인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통화정책 운용에 여유가 생겼지만, 부동산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변수로 꼽힌다.
美, 연내 2차례 추가 인하 전망…韓美, 2번씩 남은 회의
연합뉴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7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0.25%p 인하를 결정했다. 연준은 지난 1월부터 5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이후 9개월 만에 인하 사이클을 재개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인 점도표를 보면 올해 중간값이 지난 6월 3.875%에서 9월 3.625%로 낮아졌다. 현재 금리인 4.25%보다 0.625%p 낮은 수치로 올해 최소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오는 10월 29일과 12월 10일 FOMC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관건은 한국은행의 대응이다. 한은은 오는 10월 15일과 11월 19일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역대 최대 수준인 2%p의 한미 금리 차이가 1.75%p로 좁혀진 만큼 한은은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금리 차가 줄면 자본의 유출 우려와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위험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은 박종우 부총재보도 18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해 "향후 국내 경기·물가와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에도 집값 '상승 국면'…"한은, 신중할 듯"
연합뉴스하지만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부동산 가격은 한은의 금리 결정을 위한 핵심적인 기준으로 평가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8% 상승했다. 6·27 대출 규제 이후 6월(1.44%)과 7월(1.09%)에 이어 오름세가 꺾인 모습이지만, 여전히 상승 국면이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하는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를 보면,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5.4p 오른 122.7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15를 넘으면 시장이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국면을 의미한다.
한은이 집계하는 8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전월보다 4조 1천억원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 최지욱 연구원은 "금융시장 현황 관련 토의에서 한은 관련 부서는 '가계대출 측면에서는 주택가격 상승률보다 거래량이 직접적으로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면서 "기준금리 경로 전망에 있어 가계대출 증감폭 및 주택가격 상승률뿐 아니라 거래량 흐름 또한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000건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7월보다 15%가량 증가한 수치"라며 "무엇보다 9월 초 들어 거래량이 비교적 빠르게 올라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한은이 계속해 금융안정에 신중한 스탠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도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이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경우 한은은 정책 공조 측면에서 추가 인하 시점을 연내가 아니라 내년 초까지 미룰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환율 상승도 우려…美 '투자압박'도 걸림돌
환율 상승 가능성도 한은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리 인하는 원화 가치 하락을 유발해 현재 13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특히 미국이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 과정에서 3500억달러(약 483조원) 현금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관세는 물론 대규모의 대미투자금을 달러로 조달하는 것이 엄청난 부담인 탓이다.
따라서 금리 인하로 환율이 상승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 잡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한은이 4분기 중 1차례 인하를 실시할 수 있는 배경 정도는 마련됐으나 미국 부담이 완화한 것이지 국내 부동산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완화 기대 확산으로 연결 짓는 것은 다소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준이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은도 따라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한은 이창용 총재가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는 밝힌 것을 언급하며 "11월 금통위는 10월 FOMC와 한 달간의 시차가 존재한다"면서 "연준의 연속적인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10월 동결 시 이에 대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