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통일교 1인자' 한학자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29일로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이 만료되는 가운데 특검의 수사가 한 총재 구속영장 청구로 '1라운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는 전날 9시간 30분 가량 김건희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이날 한 총재를 상대로 5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했으며, 한 총재는 변호인 2명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이날 조사에서 한 총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유착 의혹의 정점에 한 총재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간 소통, 윤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의 소통 등은 모두 한 총재의 지시와 승인, 묵인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검의 이같은 의심은 윤씨와 김건희씨 공소장 등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1일 공개된 윤씨의 공소장에는 횡령 혐의와 관련해 윤씨가 한 총재와 공모했다고 적시돼 있다. 또 김건희씨 공소장에는 윤씨가 한 총재의 승인 아래 △권성동-윤석열 △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투트랙' 소통 창구를 운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김씨와 전씨가 "대선에서 통일교의 도움이 컸으니 이후에는 통일교 측 요청에 화답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전날 조사에서 윤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교부하도록 지시하거나 승인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윤씨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것도 한 총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지, 한 총재가 같은 해 2~3월 권 의원에게 금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는지 등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통일교가 조직, 재정 등을 동원해 2022년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이듬해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고 한다.
류영주 기자
준비한 질문지를 대부분 소화한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한 총재가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데다, 앞서 특검의 출석 요구에도 세 차례나 불응한 뒤 전날 일방적으로 출석해버리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상황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김형근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한 총재가) 공범들의 구속 여부를 지켜본 후 임의로 출석일자를 택해 특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출석했다"며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 관계자는 "특검은 모든 피의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 원칙에 따라 3회에 걸쳐서 충분한 시간을 주고 소환을 통보했음에도, 한 총재는 직전에 일방적으로 출석 불응 의사를 밝히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이는) 당연하게 보장되는 피의자의 권리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 내부에서 한 총재에 대한 이같은 기류가 감지됨에 따라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건희씨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 통일교 관련 의혹의 키맨들을 모두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이번 의혹의 '마지막 퍼즐'은 한 총재다. 특히 오는 29일 김건희 특검의 기본 수사기간(90일)이 종료되는 만큼,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사실상 '1라운드'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특검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