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며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약 2시간 30분 동안 경제·산업·외교·정치 전반에 걸친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100일은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었고 남은 4년 9개월은 도약과 성장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국정 기조를 '성장'에 맞췄다.
"회복에서 도약으로"…경제 성장 방점
가장 먼저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했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통해 기업 이익을 끌어올리고 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외에도 국민이 새로운 투자 수단을 갖게 해야 한다"며 "벤처·스타트업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쟁점이 된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50억→10억원)에 대해선 "반드시 10억으로 할 필요는 없다"며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세수 결손 우려에 대해서도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신 주가조작·부정공시 등 불공정 행위는 "엄격히 처벌하겠다"며 규율 강화를 통해 신뢰 인프라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투기 중심 경제 구조가 정상적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된다"며 투기 억제와 실수요 전환을 중심으로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두 번의 대책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기술 투자·재생 에너지'…산업 성장 전략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산업 분야에선 확장 재정을 통한 기술 투자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채무 우려를 두고 "왜 빚을 많이 졌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있는 재정으로 운영하면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며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씨앗 역할을 통해 몇 배의 국민총생산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며 100조원 규모 국채 발행의 명분을 강조했다.
산업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정책에선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뒀다. 그는 "원전은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없다"며 단기 수급은 1~2년내 공급 가능한 재생에너지가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기존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이어가면서,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이중 트랙' 방안을 내놨다.
기업에 영향이 큰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어떠한 이면 합의도 없고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건이 대미 직접 투자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지만 "아직 중장기 영향을 깊이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북미 대화가 평화에 도움"…외교 기조
외교에서는 대북·대일 관계가 경제 성장과 밀접하다며 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열리는 게 평화에 도움이 된다"며 한국이 주도자가 아닌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몇 가지 유화 조치로 북한 태도가 바뀔 것이라 기대하는 건 "바보"라고 직설적으로 평가하며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대북 관계만큼 어렵다"면서도 과거사·영토 문제와 미래 의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조건 없이 먼저 만나 마음을 트자"는 실용적 메시지와 함께 전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 한일 경제 협력 틀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협치'를 성과 필요조건으로…쟁점 의견 수렴
정치 분야에선 협치를 정부 성과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만났는데 '생각보다 유연하다, 대화가 되겠다'고 느꼈다"며 실무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야가 공통 공약을 협의해 정책 성과를 만들자는 제안도 재확인했다.
검찰개혁과 같은 쟁점 현안을 두고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 대통령은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앨 수는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검찰 보완수사 전면 폐지에 선을 그었다. 동시에 수사 공백 방지를 위해 정부가 여야·전문가·피해자·검찰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내란 특검과 관련해선 "나라 근본에 관한 문제는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원칙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입법부를 통한 국민주권 의지를 존중한다"며 사실상 힘을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