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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 일주일만에야…전세기 뜰 때까지 안심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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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 근로자 한국행 올라

구금 근로자 300여명 태운 전세기 오후 4시 착륙
전세기 돌연 지연 이유는 "트럼프가 잔류 권유해서"
美 "대미투자를 비자제도가 뒷받침 못 해"…논의 착수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나와 버스에 탑승해 손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나와 버스에 탑승해 손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태운 전세기가 12일 오후 도착한다. 미국 당국자들의 오락가락 발언과 전세기 일정의 돌발 지연까지, 최종적으로 구금자들이 미국땅을 떠날 때까지 누구도 안심하지 못했던 아슬아슬한 일주일이었다.
 

구금 316명 오후 귀국…지연 이유는 "트럼프가 남을 것 권해"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란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란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비행기(전세기)는 내일 새벽 1시쯤 이륙해서 오후쯤 서울에 도착하기로 했다"며 "온갖 과격한 모습으로 추방하는 미 이민국의 정책의 한 케이스로 우리도 단속된 것 같다"고 밝혔다.
 
전세기에는 한국인 317명 중 미국 잔류를 희망한 1명을 제외한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 등 총 330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단속에 의해 체포돼 구금된 지 일주일 만에 석방돼 한국 땅을 밟게 된다.
 
정부는 전날 구금된 한국인들의 석방을 몇 시간 앞두고 돌연 전세기 출발이 지연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귀국 대신 미국에 계속 남을 것을 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 국민이 모두 숙련된 인력이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미국의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과 아니면 귀국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 지시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구금된 직원들의 피로도 등을 고려해 귀국 후 재입국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아울러 호송의 방식 등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미국 측에서) '비행기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 내에서 체포됐으니 수갑을 채워서 버스 이송하겠다'고 그래서 우린 '절대 안된다'(고 했다)"며 "계속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고 '자진 출국이냐 추방이냐' 논쟁하는 상태에서 물건을 돌려주고 있다가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아슬아슬' 일주일

조현 외교부 장관. 영종도=박종민 기자조현 외교부 장관. 영종도=박종민 기자
조현 외교부장관은 지난 8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참모들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말은 현실이 됐다.
 
먼저 사태를 둘러싼 미국의 반응이 냉온탕을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속 직후인 지난 5일(현지시간)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그저 제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7일에는 "한국과의 관계는 훌륭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을 데려와서 우리 국민들이 훈련을 받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태의 원인인 비자문제 해결 의지마저 밝혔다.
 
하지만 8일 미국 이민 수장인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구금된 한국인들의 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들은 추방(deported)될 것"이라는 정반대의 발언을 해 혼란이 커졌다. 다만 조지아 현지에서 귀국을 위한 실무준비에 착수한 상태였고 전세기의 구체적인 일정이 알려지며 놈 장관의 발언은 해프닝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였다.
 
10일 오후 외교부가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 시간 10일 출발은 미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긴급히 공지하며 미국 현지는 물론 구금자들의 귀국을 기다리던 국내 상황도 발칵 뒤집혔다. 전세기는 인천에서 이미 애틀란타 공항을 향해 출발한 상태였고 구금자들의 석방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현지에서 외교부에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며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미국 행정부가 '마가(MAGA)' 세력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전세기를 지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정부 내에서 나왔다.
 

'비자제도 미비' 시인한 美…전화위복 될까

미국 비자 문제와 관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미국 비자 문제와 관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
외교부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귀국하는 한국인들이 향후 미국에 재입국할 경우 불이익이 없을 것임을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귀국 인원 '전원'에 해당하는지는 명확치 않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지닌 비자가 유효하다면 불이익이 없다는 건 확인이 됐다"며 "ESTA(비자면제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소명이 가능한 상용(B-1) 비자 외에 ESTA를 소지하고 있었던 근로자의 경우 불이익 가능성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워킹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비자 유형을 만드는 방안 등을 신속히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9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민 정책 총괄인 국토안보부와 투자 유치 담당인 상무부가 비자문제를 위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드류 베이커 미국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조현 외교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하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현 비자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라고 시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이민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선 상황인 만큼 고질적인 비자문제에 대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비자 문제는 복잡한 사안이며 오랫동안 지속돼 온 문제"라며 "이번 사태가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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