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가 지난 6일부터 아파트 등 100톤 이상 저수조를 갖춘 123개소를 대상으로 상수도 공급을 중단하면서 각 아파트에서 자체 단수에 들어가자 한 시민이 욕조에 물을 받고 양동이를 준비해 놓은 모습. 독자 제공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주요 상수원 오봉저수지가 바닥까지 드러나면서 연일 역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8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4%로 전날 12.6% 보다 0.2%p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강릉지역 최근 6개월 강수량은 336.9mm로 평년 대비 36.3%에 머물고 있다.
앞서 주말과 휴일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정작 강릉은 또 빗겨갔다. 가뭄을 해갈을 위해서는 오봉저수지 상류지역인 왕산면 대에 많은 비가 필요하지만 지난 7일에도 불과 4mm에 그쳐 해갈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봉저수지는 지난 7일 오후 6기 기준으로 총 유효저수량 1432만 9100톤 중 현재 180만여 톤 가량이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가뭄이 지속될 경우 여유 담수는 이달 말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봉저수지에 원수를 공급하고 있는 군장병들.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제공이에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봉저수지 고갈을 막기 위해 차량 운반급수와 관로 급수를 비롯해 해경 경비함정과 헬기까지 투입하는 등 육·해·공이 합동으로 '급수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날 오봉저수지 운반급수에 군 물탱크 400대를 비롯해 헬기 5대와 해군·해경 선박 2척, 지자체, 민간 등 총 452를 투입했다.
또한 홍제정수장 운반급수에는 소방차 81대 등이 연신 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이와 함께 남대천 용수개발과 보조수원 등을 모두 합쳐 하루 2만 2100톤 가량의 급수를 지원했다. 전날 2차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돼 1만ℓ급 이상의 물탱크차 20대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강릉시는 지난 6일부터 공동주택 113개소, 대형숙박시설 10개소 등 100톤 이상 저수조를 갖춘 123개소의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다만 저수조에 물이 고갈되면 운반급수 등을 통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각 아파트 별로 자체적인 단수를 시작하면서 주민불편이 잇따르고 있지만, 물 사용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강릉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급수 중단 계획 안내문을 보고 있는 입주민. 전영래 기자이와 함께 시는 먹는 물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시민들에게 생수를 배부하고 있다. 시민 1인 당 받을 수 있는 생수는 하루 2ℓ씩 6일을 사용할 수 있는 12ℓ다. 당초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에 도달하면 전 시민에 배부할 계획이었지, 시민 불편사항을 감안해 배부 시기를 앞당겼다.
추후 오봉저수지 저수율 10% 선이 무너지면 곧바로 시간제 급수에 돌입하고 상황에 따라 격일제 급수까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급수가 제한되는 시간은 밤 10시~오전 5시며 격일제 급수는 향후 저수율에 추이에 따라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최근 하루평균 0.2~0.3%씩 하락하고 있는데다 당분간 이렇다 할 비 소식이 없는 만큼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김홍규 시장은 "지금은 당분간 비 예보가 없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우리는 함께해야만 버틸 수 있고, 함께해야만 넘어설 수 있다"며 "시민 여러분께서 불편한 일상을 감내해 주시는 동안, 강릉시는 모든 수단과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시 교동의 한 아파트에서 생수를 받고 있는 입주민들. 전영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