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장규석 기자나랏돈 28억 원이 투입된 정부 차원의 제주4·3추가진상조사. 지난 7월 일부 심의위원 공정성 시비 논란으로 파행을 겪은 끝에 사전심의 절차가 재개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가 자초한 논란을 '셀프검증'을 거쳐 문제없다고 판단을 내려서다. 전문가 자문기구 구성이 주요 과제로 남았다.
자초한 논란, 셀프검증으로 문제없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4·3사건처리과는 최근 4·3중앙위원회 추가진상조사 분과위 재적의원 4명 중 2명에 대해 '제척·기피·회피 사유'에 해당하는지 법률 자문을 거쳐 문제없다고 봤다. 법률 자문은 행안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법무법인 2곳에서 했다.
법류 자문 내용은 지난 7월 열린 4·3분과위원회가 규정상 적법한지 여부다. 재적위원 4명 중 2명이 사전심의 안건인 4·3추가진상조사 보고서 안을 만든 4·3평화재단 수장과 조사팀장 배우자다. 조사 결과물을 심의하는 분과위원 절반이 심의 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논란이 일었다.
4·3특별법 시행령상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4명 이상 9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회의를 열려면 재적 분과위원 과반이 참석해야 한다. 특히 위원 제척·기피·회피 사유로 '위원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이 해당 안건의 당사자인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4·3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회의. 고상현 기자공정성 시비 논란이 일자 행정안전부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법률해석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후 행안부는 '셀프검증'을 거쳐 문제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행안부가 당초 분과위원 7명 중 이미 임기가 끝난 위원 3명에 대한 선임도 늦고 공정성 시비가 있는 위원이 있는데도 사실상 손을 놔 논란이 생겼다. 자초한 문제를 자체 검증한 것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특히 규정상 문제없다고 판단한 근거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중앙위원 인선에 검토위원회 구성 '과제'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4·3사건처리과는 공석인 4·3중앙위원회 민간위원 선임이 끝나면 4·3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회를 다시 연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4·3중앙위원회에는 정부 측 당연직 8명과 민간위원 17명 등 모두 25명인데 민간위원 13명이 공석인 상태다.
다음달 25일이면 국회 교섭단체인 여당과 야당 추천위원 4명까지 2년 임기가 끝나게 된다. 행안부는 이들까지 포함해 업무공백이 없도록 인선 절차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도 중앙위원이 맡고 있어서 공석인 중앙위원들이 채워져야 다시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추가진상조사를 맡은 4·3평화재단은 지난 6월 보고서 초안을 정부에 제출한 뒤 계속해서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분과위원들이 요구한 전문가 자문기구격인 검토위원회 구성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검토위원은 도내·외 석학과 4·3전문가 등 5명으로, 향후 추가될 수 있다.
하지만 거론되는 검토위원 중 일부는 검토위의 역할과 권한을 법정기구인 4·3분과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서 분명히 한 뒤 참여한다는 입장이어서 검토위 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고상현 기자
익명을 요구한 한 4·3연구자는 "그간 4·3평화재단이 분과위원회에 중간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절차 위반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나. 앞으로 공신력 있는 보고서가 나오려면 전문가 검토 과정이 중요할 텐데 검토위의 역할과 권한을 4·3중앙위원회에서 승인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토위원들이 어느 정도 권한과 역할이 있어야 보고서 초안 내용에 대한 수정 요구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정부 보고서를 만드는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4·3추가진상조사는 2021년 3월 전부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이뤄졌다. 2003년 확정된 정부 4·3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과 새롭게 발굴된 자료로 재조사가 필요해서다. 조사 대상은 △4·3 당시 미군정의 역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연좌제 피해실태 등 모두 6개 분야다.
추가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이 결정되면 4·3중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고, 국회 보고까지 이뤄지면 정부 보고서로 확정된다. 2003년 이후 두 번째 정부 차원의 보고서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