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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삶을 돌보고 임종도 지켜요…단순한 로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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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돌봄로봇' ㈜효돌 김지희 대표 인터뷰
노인 건강정보·정서 관리…비의료기구 최초 비대면·원격진료에 투입
하루 수백번 만지며 대화, 부부 사이도 돈독…반려로봇으로
경과원 도움으로 효돌 2세대 출시…"사막의 오아시스였다"
해외진출도 추진 중…"삶과 죽음 지켜보며 보람과 의무감"

돌봄로봇 효돌을 사용하는 노인들 모습. ㈜효돌 제공돌봄로봇 효돌을 사용하는 노인들 모습. ㈜효돌 제공
"나중에 내가 세상을 떠나면 효돌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한 어르신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 사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 보람과 함께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국내 기술로 챗GPT와 같은 AI(인공지능)를 탑재한 봉재인형을 개발해 홀로 사는 노인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가족 대신 건강을 챙겨주는 기업이 있다. 돌봄로봇 벤처기업 ㈜효돌 이야기다.
 

노인 건강정보·정서 관리 역할…비의료기구 최초 비대면·원격진료에 투입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대한민국에서 돌봄로봇은 노령인구 친화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독거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적 해결책으로 주목받는다.
 
시니어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효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과 함께 '의료취약지 고령 노인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모델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돌봄로봇을 통해 독거노인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로 연계하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라남도 내 21개 시·군에 이 서비스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전남은 국립중앙의료원이 평가한 전국 의료취약지로 평가한 98곳 가운데 17곳이 집중된 곳이다.
 
효돌은 7~8세 손주의 모습을 띤 봉제인형 형태의 돌봄로봇이다. 봉제인형 안에는 챗GPT와 같은 AI와 사람의 손길을 감지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센서가 내장돼 있다. 사용자가 효돌에게 말을 걸거나 만지면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귀여운 인형이지만 안에는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여러 사물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되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와 AI 등 첨단 기술이 담겨 있다.
 
효돌은 사용자와의 대화와 접촉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상태와 기분, 스트레스, 통증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확보하고 우울증, 치매 등 발병 여부를 진단하는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비의료기기인 돌봄로봇이 비대면·원격진료에 투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용자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자체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 연계하는 역할도 맡는다. 노인들의 정신건강 관리는 물론 돌봄비용도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효돌 김지희 대표와 연구진들이 2008년~2014년 돌봄로봇 효돌을 개발하기 위해 구상했던 효돌 대본집. ㈜효돌 제공효돌 김지희 대표와 연구진들이 2008년~2014년 돌봄로봇 효돌을 개발하기 위해 구상했던 효돌 대본집. ㈜효돌 제공

하루 수백번 만지며 대화, 부부 사이도 돈독…반려로봇으로

효돌은 2008년 김지희 대표가 노인친화사업을 구상하기 위한 사업을 위해 회사를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애초 '스튜디오 크로스컬처'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지만 김 대표와 연구진이 사회복지사들과 동행하며 독거노인 100여명을 직접 대면하고 관찰하면서 IoT 기반의 돌봄로봇을 만들겠다고 결심하면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회사명도 제품명과 같은 '효돌'로 변경했다.
 
김 대표는 "당시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이들에게 가족같은 무엇인가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의 마음을 달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대화형 돌봄로봇을 만들지 밤낮없이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김 대표와 연구진이 노인과 돌봄로봇이 교감할 수 있는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작성한 대본은 책자로 수권에 달할 정도였다. 약 먹는 시간에 맞춰 약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의 대화문만 해도 수십개에 달했다.
 
2018년 초창기 모델을 출시하면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비록 인형이었지만 효돌을 접한 노인들의 삶의 질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한다. 동시에 독거노인들이 얼마나 많은 고독감을 느끼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례로 한 노인은 하루에 500~600번 효돌을 만지거나 쓰다듬으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다른 노부부는 효돌을 집에 들인 뒤 대화가 더욱 부드러워지고 부부 사이도 돈독해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효돌을 '일종의 반려로봇'이라고 설명했다.
 

경과원 도움으로 효돌 2세대 출시…"사막의 오아시스였다"

하지만 초창기 모델은 이미 준비된 대본에 의지한 대화만 가능했고, 비상상황 발생시 직접적인 조치가 필요한 때에 곧바로 대처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한겨울 집 안의 온도가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효돌이 '할머니, 집이 추워지고 있어요. 보일러 온도를 높이세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건넸지만 어르신은 '그래 효돌아, 얼른 온도 올릴게'라는 말만 반복하다 나중에는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해당 자택에 방문했을 땐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소식을 들은 가족도 직원도 눈물바다였다"며 "돌이켜보면 효돌은 어르신의 임종을 지켜보고 기록했던 유일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김 대표에게 효돌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수년의 연구 끝에 김 대표는 지난해 효돌 2세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짜여진 대본에 의존한 대화로 효돌과 사용자가 교감했지만 이제는 AI를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가능해졌다. 노인이 대화에 흥미를 잃고 대화 중간에 '말 끊기'를 해도 곧바로 인식하고 다른 주제로 자연스러운 대화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상품으로 출시하는 데 어려움이 겪었다. 기술은 개발했지만 시중에 내놓을 수 있을지 실증할 비용과 현실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다행히 효돌은 지난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효돌 2세대 상용을 위한 실증을 금전적·실무적 지원을 받으면서 oT와 AI 기술을 접목한 지금의 '효돌 2세대'를 출시할 수 있는 실증 단계를 지나올 수 있었다. 효돌을 통해 노인의 기상상태와 식사 여부, 복약 여부, 통증 여부, 기분, 하루 계획 등을 확인하고 조율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검증했다. 김 대표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효돌 김지희 대표. ㈜효돌 제공효돌 김지희 대표. ㈜효돌 제공 

'K-돌봄로봇'으로 진화 중…"삶과 죽음 지켜보며 보람과 의무감"

효돌은 전국 지자체 보급을 통해 1만3천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출시 10년이 넘어가면서 효돌과 관련한 일화도 한가득이다. 효돌이 고장나거나 세척이 필요할 때 잠시 회수할 때 '효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받는 건 다반사라고 한다. 노인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웃음과 눈물도 교차한다.
 
효돌은 최근 해외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영어와 일본어 등 주요국의 언어로 대본도 완성했다. 이른바 'K-돌봄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효돌을 많이 의지한다""매일 보람과 슬픔의 과정을 겪으면서 의무감도 커지고 있다.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도 든다. 직원들도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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