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수사 차원에서 무심코 뱉었던 '악수하지 않겠다' 호언이 세간의 관심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 개입 외에는 출구를 찾기 어렵게 됐다.
방미 중인 이 대통령이 귀국 직후 여야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첫 악수의 계기를 마련할 거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李대통령 참모와 먼저 악수
이 대통령은 27일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에게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참모인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귀국 뒤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
장동혁 대표가 초대를 맞바로 수락하진 않았지만 "야당 의견이 잘 수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조만간 실제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이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던 취임 일성이나 현 정권을 상대로 강경했던 최근 기조와 비교하면 꽤나 전향적인 입장을 드러낸 모습이다.
특히 이날은 국민의힘 추천 인권위원 2명 선출안이 더불어민주당 다수 국회에 막혀 부결되면서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해 규탄대회를 열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취임 축하 차 본인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리 숙여 악수를 나누면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만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권에선 이 대통령의 초대장이 장동혁 대표 외에 민주당 정청래 대표 쪽에도 보내졌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일·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만큼 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각 당 대표를 만찬장으로 초청한다면, 정국 경색을 풀 모멘텀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사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악수 딜레마'는 당장 해결하기 힘들다. 정청래 대표가 결자해지하기엔 그동안 뱉어놓은 말이 너무 많다.
전당대회 때부터 국민의힘에 대한 적대감 내지 혐오감을 거침 없이 드러내더니 급기야 당선 직후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까지 수위를 높였다.
애초 레토릭(정치적 수사) 차원이었는데 사람들이 '진짜'로 받아들여 어쩔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지만 별다른 명분 없이 그대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
그는 특히 본인이 했던 말을 다소 강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철저하게 지키는 인사로 꼽히고, 스스로도 여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장동혁 측 "악수 거절할 스타일 아냐"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당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정무수석으로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받고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9월 정기국회 법안 처리나 국정감사, 연말 예산정국 등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원내 현안이 향후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냉랭한 기류는 집권여당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는 특히 정쟁적 이슈에 여론의 관심을 끌기보다 시급한 민생 문제를 풀어 국민들에게 효능감을 제공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목표와도 어긋난다.
이 대통령은 대선에서 유권자 절반이 본인을 뽑지 않았다는 걸 의식해 '7:3' 정도의 국민적 공감대가 쌓인 정책을 우선적으로, 가급적 야당과 함께 풀어가려 한다는 게 여러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이 귀국 뒤 여야 대표 회담을 명분 삼아 데면데면했던 두 지도자 간 악수를 권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에는 그런 배경이 깔려 있다.
때마침 야당 사령탑이 새 얼굴로 교체됐고 한미 정상회담 논의라는 적당한 의제가 놓였다. 지금 시점을 놓치면 반전의 계기를 찾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도 여야 공히 나온다.
물론 장동혁 대표 측에서 회담을 보이콧하거나 정청래 대표와의 악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럴 경우 '정국 경색'의 책임을 불필요하게 뒤집어 쓸 우려가 있다.
장동혁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애초 장 대표는 '악수하지 않겠다'고 한 적 없다. 악수하게 될 상황이 만들어지면 보편적, 정상적 의전을 일부러 거부할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호응할 여지를 남겼다.
정청래 대표 측도 당장의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청래 대표는 27일 대전현충원 방문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던 중 장동혁 대표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가겠습니다"라며 자리를 떴다.
아울러 전날 장동혁 대표 측에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당선 축하 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 대표는 본인이 당선됐을 때 송언석 비대위원장 측에게 난을 받았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지나친 상상은 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