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 일가의 측근 김충식씨. 자료사진김건희씨 일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사업가 '락천' 김충식(86)씨의 수첩에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 이뤄진 'K-전투기 수출 사업' 관련 메모가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메모는 실제 사업 내역과 세부 내용도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최근 김건희씨의 모친 최은순씨의 동업자이기도 한 김충식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지난 21일 김건희씨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인 김충식씨의 주거지와 창고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후 현재 압수물 분석을 진행 중이다.
'락천' 김충식(86)씨의 2023년 수첩에 적혀있는 말레이시아 수출 관련 문구. 열린공감TV 제공
'락천' 김충식(86)씨의 2023년 수첩에 적혀있는 말레이시아 수출 관련 문구. 열린공감TV 제공
26일 CBS노컷뉴스가 열린공감TV 측으로부터 확보한 김충식씨 수첩 등에 따르면, 김씨의 2023년 수첩에는 '말레지아(말레이시아), 비행기 수출 36대 中 18대', '(유지보수)계약. 말래지아(말레이시아) 18대 수출. 미리 계약. 18대분. 강구영'이라는 메모가 적혀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문구는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진행된 말레이시아 전투기 수출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3년 2월 말레이시아와 초음속 경공격기 'FA-50' 18대를 수출하는 약 9억 2천만 달러(약 1조 3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현재 18대로 예정된 2차 수출 계약 체결이 추가로 성사될 경우, KAI는 메모에 적힌 대로 FA-50을 총 36대를 수출하게 된다. KAI는 형식상 민간기업이지만,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지분이 25% 이상에 달해 공기업의 성격을 가진 기업이다.
또 수첩에 등장한 '강구영'은 당시 KAI의 대표 강구영 사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구영 전 KAI 사장은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인들의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 포럼'(국방포럼)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 사의를 표명했다.
강 전 사장은 임기 중이었던 지난해, 예비역 공군 장성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 문제, 폴란드에 수출된 'FA-50' 비행 불능 사태 등의 문제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으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김충식씨의 메모에 적힌 국가명, 숫자, 이름 등이 해당 수출사업의 규모 및 시기를 비롯한 세부 내역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활발히 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충식씨가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정부 차원의 해외 수출사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박선원 의원은 "이 메모를 통해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비리의 핵심 네트워크가 김충식씨라는 점이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방산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핵심부와 민간 사업자가 얽힌 이권 카르텔 구조로 넘어가는 단면을 보여줄 수도 있다. 향후 독립적·철저한 수사를 통해 여러 의혹들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김충식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말레이시아 전투기 수출 사업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강구영 당시 대표 또한 알지 못한다"며 "해당 메모를 적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강구영 전 사장은 CBS노컷뉴스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김충식씨의 2019년 수첩에서는 '통일교⇒윤석열'이란 메모를 비롯해, 통일교 관련 문구들도 다수 발견됐다. 이에 특검도 김충식씨와 통일교, 그리고 김건희씨 부부 간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김충식씨를 김건희씨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은 김건희씨의 어머니 최은순씨의 가족회사 ESI&D(이에스아이앤디)가 양평 공흥지구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인데, 특검은 김충식씨 또한 이에스아이앤디에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