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황진환 기자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공범으로 구속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준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이 전 장관은 국무위원 중 처음으로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19일 내란특검은 이 전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위증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계엄법상 평시 계엄의 주무장관으로서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계엄을 선포하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불법한 계엄을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이 전 장관에게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 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관련 지시를 전달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브리핑하는 박지영 특검보. 류영주 기자박지영 특별검사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지는 행안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을 우두머리로 하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가담해 소방청장에게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며 직권남용과 내란 혐의 적용 배경을 설명했다.
특검은 행안부 장관이 정부조직법상 경찰청과 소방청을 소속 기관으로 두고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으며 안전과 재난에 관한 업무를 총괄한다는 점에 근거에 이 전 장관이 계엄 상황에서 취한 여러 행위들에 더욱 무겁게 형사책임을 물었다.
박 특검보는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게 된 시간부터 알고 난 다음 국무회의가 있기 전에 먼저 집무실에 들어간 사람 중에 한 명"이라며 "대통령으로부터 선포 사실을 듣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평가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초 계엄 선포를 예정했던 12·3 밤 10시를 2시간 앞두고 먼저 소집한 국무위원 6명(한덕수·박성재·이상민·조태열·김영호) 중 한 명이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모인 국무위원들에 비해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검토하고 윤 전 대통령을 제지할 시간이 더 있었던 셈이다.
박 특검보는 "반대의사를 표시했다고 하더라도 관철되지 않아 계엄이 선포됐는데,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서 있었던 내용이 CCTV에 확보돼 있어서 행위태양 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며 "그러한 부분도 내란중요임무종사에 포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러한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특검이 입수한 대통령실 CCTV에는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가 포함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담겼다.
박 특검보는 "확보된 CCTV를 통해 이 전 장관의 행위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서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무시하고 자신과 공범들의 범죄를 은폐하고자 위증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긴 특검은 또 다른 내란 공범으로 의심되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신병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특검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내일 한 전 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