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실과 관계 당국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대사 내정과 세부 일정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이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최대 관심사인 의제 설정에 대해서는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李대통령 방일·방미 앞두고 대사 '전격' 내정…세부일정도 조율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주미 대사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주일 대사로 이혁 전 베트남 대사를 내정했다.
주요국인 미국과 일본 대사가 공석인 관계로 이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 것이지만, 이들의 내정은 오는 주말과 내주초로 예정된 한일·한미 정상회담과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방일·방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데, 해당국 주재 대사가 공석인 것은 외교적인 결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반도 주변 4강 대사 중 일부 국가에서 아그레망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중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대사 인사에 나선 것이다.
두 내정자의 면면도 현 상황과 부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을 지내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상대로 비핵화 협상에 임한 경험이 있다. 이 내정자는 주일대사관 공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지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현지 일정에 대해서도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
업무오찬 등 백악관 내에서 진행될 각종 행사를 점검하는 한편,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방문 등도 검토하고 있다.
변화무쌍 트럼프 스타일에 의제는 여전히 조율중…"뉴노멀 받아들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세부 일정과 관련한 논의와 달리 정상회담 의제는 좀처럼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큰 틀에서는 동맹현대화를 비롯한 안보 이슈, 상호관세율 15%로 가닥이 잡힌 관세협상 후속조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비롯한 한국기업의 미국내 투자 방안 등이 의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경제인단체, 4대 그룹 등 주요 방미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수출 여건 변화로 정부와 기업 모두 어렵지만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다만 기존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관세율이 0%였던 것에서 15%로 늘어난 만큼 품목별 관세에서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미국 측의 요구로 인해 좀처럼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강압적이면서, 동시에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기조가 강한 협상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가를 포함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가닥을 잡은 만큼 이를 활용해 관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패키지 딜'로 불리는 '안보+관세' 협상 기조 또한 안보에서의 합의점을 바탕으로 관세 대응을 유연하게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안보 의제 또한 좀처럼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한미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재임기 당시 이끌어냈던 북미 정상간 합의문인 '싱가포르 합의'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북한의 호응 여부가 변수로 남아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뉴노멀'이 되는 새로운 통상환경에 놓이게 됐다"며 "뉴노멀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협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수출로 먹고 살았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변화된 새로운 환경"이라며 "어떤 품목 관세가 새롭게,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통상당국, 외교당국도 그렇게 준비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