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국민대표가 전달한 '빛의 임명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관세협상 후속 대응과 안보 등 한미정상회담 의제를 비롯해, 방미 전 이뤄질 한일정상회담 의제 설정을 위해 분주한 한 주가 될 전망이다.
한미 최우선 관심 의제는 '안보'…동맹현대화 어디까지
이 대통령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의제는 안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타결된 관세협정 협상 국면에서 안보 의제들을 묶어 한 번에 처리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을 성사시키려 했지만, 동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에 국방비, 주한미군 주둔비용 즉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국방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의 인상을 압박받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 제공방위비분담금은 지난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를 통해 2026~2030년에 적용되는 12차 SMA를 타결했는데, 2026년 증가율의 경우 8.3%로 최근 5년 평균 증가율인 6.2%보다 높다.
현재까지 논의가 이뤄진 국방비 등 비용은 부담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제시한 2035년 기준 GDP의 5%에 달하는 국방비의 경우도 기준점이 2035년이 아니라 현 시점 기준에서의 5%를 가리킨다"며 "방위비 분담금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유지하는 대신 국방비를 늘림으로써 필요한 다른 동맹현안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역내·외에서의 한국군 역할 확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동맹 현대화' 또한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과 맞물려 한국군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 차관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한국 등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은 "모두 집단 방어의 부담을 짊어지고 이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스타일' 맞추는 게 관건인 관세협상 후속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관세협상의 후속 조치도 이번 회담에서의 주요 의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협상 타결 당시 "한국은 1천억 달러 상당의 LNG(액화천연가스)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한국의 투자계획 공개를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삼을 전망인데, 우리 정부로서는 이를 조율하면서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율을 불리하지 않도록 이끄는 등 어떻게 국익을 지켜나갈지가 숙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입장에서는 관세도 관세지만, 공급망 강화 등 원하는 내용들이 아직 남아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에 맞춰 줄 수 있는 것을 주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을 미국에 역제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호적이지만 '과거사' 해결 안 된 일본…'실질적 반성' 끌어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만나게 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 의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일본을 찾아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와 한 차례 회동한데다, 취임 이후 한미 동맹과 함께 한일 협력을 언급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도 2차 세계대전 패전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며 일본 총리로서는 13년 만에 '반성'을 직접 언급하는 등 관계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범을 합사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이시바 총리가 공물을 봉납해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직접적인 표현으로 변화를 당부했지만, 일본 정치권의 2차 대전 전범을 향한 봉납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회담의 의제는 규모 등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크지는 않지만, 과거사가 얽혀있다는 특성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설정해야 한다"며 "양국 정상이 셔틀외교의 공감대를 이뤘고,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감도 있는 만큼 일본 측이 어떤 모습으로 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