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델데이 2025 '벡델리안'에 선정된 '파과' 배우 이혜영. 벡델데이 2025 제공한국 영화·시리즈를 통해 양성평등 재현을 돌아보고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하는 '벡델데이 2025' 올해의 벡델리안에 배우 이혜영과 박보영이 선정됐다.
배우 이혜영→이안나 대표, 영화 부문 선정
벡델데이 2025 영화 부문 벡델리안으로는 감독 부문에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 배우 부문에 '파과' 이혜영 배우, 작가 부문에 '최소한의 선의' 김수연 작가, 제작자 부문에 '빅토리' '하이파이브'를 만든 안나푸르나필름 이안나 대표를 선정했다.
먼저 감독 부문에서는 '딸에 대하여'를 만든 이미랑 감독이 선정되었다. 심사위원인 성찬얼 씨네플레이 기자는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딸에 대하여'는 문학적 섬세함과 영화적 세심함을 모두 담아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 모녀 관계, 유사 모녀 관계를 빗대 각 세대의 불안한 심정을 균형감 있게, 어느 한 세대의 시선에 쏠리지 않도록 풀어냈다"면서 "전적으로 각본과 연출을 한 이미랑 감독의 이해도가 거둔 성취"라고 설명했다.
배우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는 '파과'의 배우 이혜영이다. 심사위원 구정아 프로듀서는 "'파과'에서 이혜영 배우는 '적역'과 '대체불가'라는 기대를 모두 만족시키는 그 어려운 걸 해낸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년의 여성이, 그것도 액션을 수반하는 역할로 중심에 서야 하는 영화의 기획 자체가 모험이었을 것"이라면서 "이혜영 배우는 이 모험적인 시도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성공한다"고 설명했다.
벡델데이 2025 '벡델리안'에 선정된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 '빅토리'·'하이파이브' 제작자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 벡델데이 2025 제공작가 부문에서는 '최소한의 선의'를 쓴 김수연 작가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인 민용근 감독은 "'최소한의 선의'가 빛나는 지점은 실제 삶에서 마주할 법한 현실의 인간들이 변화하는, 그 지난하고도 기적 같은 과정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데 있다"면서 "성급하지 않게, 현실의 제약과 마음의 연약함까지 모두 아우르며 이 변화를 끌어낸 김수연 작가의 따뜻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제작자 부문에서는 '빅토리' '하이파이브'를 만든 안나푸르나필름 이안나 대표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인 이화정 벡델데이 프로그래머는 "섬마을 치어리더들이 응원하는 삶의 희망 '빅토리'와 하루아침에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영웅들의 활약을 그린 '하이파이브'. 이들은 소재, 장르, 규모 면에서 다르지만 약하고 평범한 캐릭터가 선사하는 힘을 간과하거나 눈치 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제작자의 소신에 있어 공통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계에 작지만 꼭 호흡해야 할 쉼표 역할을 하는 제작사 안나푸르나필름 작품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이안나 대표는 '빅토리'와 '하이파이브'로 올해 벡델데이 2025 영화 부문 '벡델초이스10'에 두 작품을 올렸다.
배우 박보영→박지숙 작가, 시리즈 부문 영예
벡델데이 2025 시리즈 감독 부문에서는 '정년이'를 만든 정지인 감독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인 김민정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화면을 가득 채운 여성국극 장면은 그 시절 배우들의 시간, 노력, 의지에 대한 깊은 경의를 담고 있으며 이는 여성국극에 대한 헌사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존중의 방식"이라면서 "'정년이'의 특별함은 새로운 소재 자체보다 그 소재를 대하는 정지인 감독의 진심 어린 시선과 한결 같은 태도에 있다"고 평했다.
이어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온 정지인 감독은 가장 '벡델스러운' 연출자로서 그 이름에 걸맞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정지인 감독은 2022년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시리즈 부문 벡델리안으로 선정된 바 있다.
배우 부문의 수상의 영예는 '미지의 서울'의 배우 박보영이다. 심사위원인 이화정 벡델데이 프로그래머는 "'미지의 서울'은 그간 우리가 알았던 연기자 박보영의 종합판이자, 배우의 확장된 미래를 가늠케 하는 신호탄"이라면서 "미지와 미래, 서로가 상대를 연기하는 것까지 더하면 토탈 1인 4역. 박보영은 치밀하게 계산된 테크닉으로 난이도 최상의 연기에 도전한다"고 평가했다.
벡델데이 2025 시리즈 부문 벡델리안에 선정된 '정년이' 정지인 감독, '옥씨부인전' 박지숙 작가, '정숙한 세일즈' 제작자 한석원·황기용·신혜미. 벡델데이 2025 제공작가 부문은 '옥씨부인전'을 쓴 박지숙 작가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인 김교석 TV 칼럼니스트는 "'옥씨부인전'은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조선의 가부장제를 배경으로 오늘날 우리가 생각해 볼만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투영했다. 그래서 역사극임에도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진보적이고 현실적"이라면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LGBT 코드를 정면으로 가져오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시선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별의 전복을 통해 사극의 활극 차원의 재미를 확장하면서도,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공동체라는 희망을 모색하는 따스한 위로와 힘찬 용기를 품고 있는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제작자 부문에서는 '정숙한 세일즈'를 만든 하이지음스튜디오·221b의 한석원·황기용·신혜미 대표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인 김지연 씨네플레이 기자는 "미디어에서 자극적으로 사용하기 일쑤였던 소재들을 모두 사용하고도 이토록 건전하고도 발랄한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제작사 하이지음스튜디오·221b의 공이 컸다"면서 "'성의 양지화'라는 거창한 목표를 덤으로 이룬 것은 물론이요,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간 미디어가 반겨 온 중년 여성은 놀랄 만한 성취를 거둔 전문직이거나, 세거나, 희생적이거나 늘 '코미디'와는 거리가 있는 존재였지만, '정숙한 세일즈'는 중년 여성 캐스트 만으로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