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손흥민. 김조휘 기자한국에서 '토트넘 고별전'을 치른 손흥민(33)이 차기 행선지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 선발 출전해 65분을 소화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선 그는 왼쪽 측면을 활발히 누비다가 후반 20분 무함마드 쿠두스와 교체됐다.
이날 뉴캐슬전은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전날 사전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차기 행선지로는 LAFC(미국)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손흥민은 "(1년 남은 북중미 월드컵은) 저에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행을 암시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뛴 팀을 떠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20분 교체될 때 팬들과 동료들의 박수와 환호를 한 몸에 받았고, 벤치에서는 감정이 벅차올라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고별전을 마친 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손흥민은 "여러가지 감정이 많이 들었는데, 처음에는 (작별하는 날이) 정말 안 올 줄 알았다"며 "생각보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팀을 이렇게 떠나려고 하니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듣다 보니까 눈물이 많이 났던 것 같다"며 "너무 행복한 경기를 했다. 정말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팬들도 손흥민의 미래를 응원했다. 이에 손흥민은 "팬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고생했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아직 축구 인생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즐거움을 드리려 할 거다. 축구 선수로서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으로 팬분들을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토트넘 손흥민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에서 교체되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경기 후에는 전광판에서 손흥민을 위한 헌정 영상이 나왔고, 선수들은 헹가래를 치며 지난 10년간 헌신한 손흥민에게 감사를 전했다.
손흥민은 동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내 입으로 얘기하기가 창피할 정도로 선수들이 너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며 "내가 토트넘에서 10년 동안 지내면서 조금은 영감을 주고, 도움을 주는 선수였다는 걸 느껴서 더 행복했다"며 웃었다.
토트넘 후배인 양민혁과 이날 상대팀 선수로 만난 박승수를 향한 격려도 빼놓지 않았다. 손흥민은 "많은 축구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로 성장하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특히 양민혁에 대해서는 "민혁 선수는 이제 많이 친해져서 나한테 농담도 한다. 14살 차이 나는 선수가 이렇게 하니까 적응이 안 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너무 보기 좋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새로운 환경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린 선수들한테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당부의 메시지도 전했다. 손흥민은 "어린 선수들을 보면 늘 얘기하지만, 우리가 어린 선수들을 지켜줘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섣불리 좋아하지 말고, 너무 다치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선수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줄 테니까 기자님들도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차기 행선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보다 조금 기다려 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미국행을 암시하는 월드컵 발언을 언급하는 듯 "어제 엄청 좋은 정보를 드렸으니까, 오늘은 기자님들이 한발 양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힌트를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