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표시 112호 '전남 곡성멜론'
"멜론이란 이름도 생소하던 시절이 있었죠" 1980년대 초, 곡성에서 처음 멜론 농사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멜론이 언제 익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익은 줄도 모르고 수확 시기를 놓친 멜론들이 배꼽부터 터져 썩기 시작하자, 그제야 급히 트럭에 실어 순천과 광양 등지로 향했다. 당시 사람들은 멜론을 처음 접해 "이게 무슨 오이요?", "수박입니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멜론 재배 40년 차 농부 문장석 씨의 표정에는 자식처럼 정성 들여 키운 작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멜론입니다. 맛 한번 보세요' 하고 한 조각씩 떼어드렸죠. 다섯 걸음 가시다가 맛보고는 다시 돌아와서 사 가셨어요."
지금은 당연한 듯 여겨지는 곡성멜론의 이름값도, 그렇게 한 입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문 농부는 "그 시절이 가장 재밌고 좋았다"라며 웃었다.
전남 곡성의 멜론 재배지 전경. 노컷TV 캡처◇ 곡성, 멜론이 자라는 최적의 땅 곡성은 멜론 재배에 최적화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섬진강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 비옥한 토질, 큰 일교차는 멜론의 당도와 향을 높이는 비결이다.
곡성멜론의 특징은 강한 머스크향(사향 냄새), 그리고 촘촘한 그물무늬(네트)다. 줄기 쪽까지 그물이 올라오고, 표면이 매끈한 멜론일수록 당도가 높다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곡성멜론은 '당일 수확, 당일 선별, 당일 출하'라는 철저한 신선 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새벽에 수확한 멜론은 곧장 무작위 당도 검사와 시식을 거쳐 선별되고, 비파괴 당도 선별기와 품질관리사의 외관 검사를 거친 뒤, 지리적표시 상자에 담겨 그날 바로 소비자에게 향한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달콤한 멜론을 맛볼 수 있다.
"곡성멜론은 후숙 과일입니다. 멜론을 받아보신 뒤 2~3일 상온에 두셨다가, 썰어서 냉장 보관 후 드시면 가장 맛있게 즐기실 수 있어요."
곡성멜론 주식회사 정용재 팀장은 말한다.
곡성멜론 지리적표시 마크. 노컷TV 캡처◇ 지리적표시로 높아진 신뢰와 소득 2022년, 곡성멜론은 지리적표시(PGI) 등록을 마쳤다. 지리적표시 등록 이후 당도 기준이 12브릭스에서 13~14브릭스 이상으로 상향되며 품질 기준이 한층 높아졌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가격의 흐름이었다. 과거에는 출하 시기에 따라 멜론 가격이 크게 요동쳤다. 멜론이 몰리는 시기에는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기도 했지만, 지리적표시 등록 이후에는 출하 단가가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정용재 팀장은 "지리적표시 인증 이후 도매상과 소비자가 먼저 곡성멜론을 찾아주고, 출하 단가도 안정적이며 높게 형성돼 농가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멜롱살롱의 디저트 메뉴. 노컷TV 캡처◇ 곡성에서 멜론을 '경험'하다 곡성은 단지 멜론을 파는 곳이 아니다. 곡성읍의 '멜론살롱 체험카페'에서는 곡성멜론을 활용한 음료, 디저트, 수확 체험, 만들기 체험까지 가능하다. 과거 멜론 보관 창고를 리모델링해 2020년 문을 연 이 공간은 가족 단위 관광객은 물론, 멜론을 처음 경험해 보려는 이들에게 인기다.
"'기차 타고 멜론 따러 가자' 이 말을 보고 많이 찾아오셔서 우리가 또 많이 이렇게 홍보하고 있죠."
농사를 체험하러 군대 휴가 중 들렀던 청년, 늦둥이 아이와 이틀씩 묵으며 수확 체험한 가족 등 곡성의 멜론밭은 그 자체로 여름 추억이 된다.
비닐하우스의 곡성멜론. 노컷TV캡처◇ 지리적표시, 단순 인증을 넘어선 지역의 자산 곡성의 멜론은 단지 농산물이 아니다. 1980년대, 멜론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땅에서 이제는 "누구나 멜론 하면 다 알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곡성은 '멜론의 고장'으로 우뚝 섰다.
40년을 땀으로 일군 곡성멜론의 농부는 말한다.
"지금은 완전히 뭐, 멜론 천지지. 멜론 천지. 수확의 기쁨,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
40년 전 '멜론'이란 단어조차 없던 시절부터 묵묵히 재배해 온 농부들과, 그 땀의 가치를 지켜주는 제도와 사람들이 있었다. 지리적표시는 단지 상자 위의 인증 마크가 아니라, 지역이 품질로 말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제 곡성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은 '진짜 멜론'을 알아본다.
본 프로그램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