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은 지난 3년간 주민들의 삶을 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사진 동구청 제공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의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3주년이 됐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 구청장은 제3대 울산광역시의원, 민선 5기 울산동구청장, 제20대 국회의원을 거쳤다. 조선업 불황 이후, 다시 동구청장에 취임한 그는 주민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진 것을 목격한다. 김 구청장은 최근 CBS노컷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주민들의 삶을 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누구나 존중받으며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노동분야 사회안전망과 생활 문화복지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취임 3주년을 맞이한 소회와 그동안 성과는? 조선업 불황이 바닥을 치던 2022년 7월에 구청장에 취임했다. 주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지난 3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주민들의 삶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속도를 내어 현안 해결에 집중했다. 주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드리기 위해 수시로 현장을 찾고 소통에 힘썼다. 주민 누구나 존중받으며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노동 분야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또 생활 문화복지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았다. 주민들과 함께 지혜를 모은 결과, 노동·청년·돌봄·교육 등 구정 전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 기업, 기관단체와 상생 협력을 더욱 강화해,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을 함께 모색해 가겠다.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이 지난 6월 16일 기업과 동구가 함께하는 상생발전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동구청 제공- 민선 8기 동안 추진한 주요 정책들 가운데 동구 주민들에게 체감도가 높았던 성과를 꼽는다면?
동구는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대기업 복지시설이 폐쇄되고 매각됐다. 주민들이 오랜 시간 이용하던 생활체육·문화·복지 공간을 하루아침에 잃는 일을 겪었다. 주민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진 상황에서 생활체육·문화·복지 인프라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제한된 예산과 시간 안에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기존 공간 재활용'과 '민간 유휴공간 임차' 전략을 채택했다. 슬도아트, 문화공장 방어진, 꽃바위체육센터, 서부건강센터, 책놀이터 북적북적 등 총 14개의 생활 밀착형 주민 시설을 1~2년 만에 빠르게 개소했다. 예산 절감 효과도 컸다. 청년노동자 공유주택은 건축비를 들이지 않고 오피스텔 운영업체와 협약해 운영하고 있으며, 책놀이터 북적북적은 폐원된 유치원을 리모델링해 신축 대비 3분의 1 비용으로 조성했다. 이 외에도 화정가족문화센터, 주전게이트볼장, 명덕복합문화광장, 명덕생활문화센터, 염포산 편백 산림욕장, 화암추등대 전망데크 산책로 등 주민 누구나 일상에서 여가, 건강,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골고루 마련했다. 이제 동구는 대기업 복지시설에 의존하던 과거를 벗어나, 주민 중심의 자립형 생활 인프라를 갖춘 지역으로 변화했다.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바꾼 창의적 행정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이 2024년 11월 오좌불공원 어르신놀이터 준공식에서 사물놀이팀과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동구청 제공- 울산 동구는 기업도시이다. 최근 기업과 상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올해부터 '동구 가자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과 상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구 가자는 '동구 구석구석 가치를 나누자'라는 의미인데, 기업이 뿌리를 둔 지역 주민이 행복해야, 기업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단순한 봉사나 기부의 차원을 넘어 구정 발전의 파트너로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이다. 지난 6월에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한국무브넥스, KCC 등 동구에 기반을 둔 주요 대기업 6개 사의 임직원과 워크숍을 하며 도시경관 개선이나 지역사회 공헌 사업도 제안했다. 기업과 적극 소통하면서 상생협력한 노력이 이미 성과도 거두고 있다. HD현대중공업에 어려운 지역 상권을 도와줄 것을 제안했는데, 회사에서 직원이 지역 식당에서 회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HD하모니데이를 진행해 지역 상권에 '가뭄에 단비'가 됐다. 이 밖에도 HD현대미포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아 지역아동센터 3곳의 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했으며, 현대자동차로부터 3억 원을 지원받아 화정다함께돌봄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HD현대건설기계가 있는 동구 고늘로에 'HD현대건설기계로'라는 명예 도로명을 부여했다. 특정 기업의 이름을 명예도로명으로 부여한 것은 울산 최초인데, 앞으로도 구청과 주민, 지역 기업이 지역 발전의 파트너로서 지역 현안을 함께 고민하며 발전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이 어린이들과 함께 교통안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동구청 제공- 교육과 돌봄 인프라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경쟁력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는데, 동구는 어떤 차별화 전략을 갖고 있나? 울산 동구는 주민 삶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교육과 돌봄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과 돌봄은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구청장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의견을 들었다. '교육발전 토론회', '두근두근 반상회' 등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정책 방향을 설정해 왔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의견 중 하나는 체험학습 장소 확충이었다. 당장 체험학습 시설을 확충할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 내 자산을 활용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 부서가 협력해 관내 기관과 연계 가능한 자원을 발굴했다. 지난해부터 울산과학대와 함께한 스포츠 강습,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 및 보건소 견학, 드론 체험 등을 하고 있다. 첫해인 지난해에만 약 2만 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더불어 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체험기관 (가칭)학생창의누리관을 동구 방어동에 유치했다. 이밖에도 울산 최초의 아픈아이 돌봄센터, 권역별 다함께 돌봄센터 조성 등 돌봄 인프라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아이돌봄 서비스 활성화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전국 최초로 어린이집의 기관 부담금을 지원하고, 다자녀 가정 셋째 아이 이상에게는 소득과 무관하게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한다. 또한 지역 주민을 마을교사로 양성해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등에 지역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마을교육 강사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요자 중심의 현장 밀착형 교육·돌봄 정책은 동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위한 중요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이 버스정류장에서 주민들로부터 버스 노선 개편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울산 동구에 외국인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지역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동구를 떠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조선업 호황으로 일손이 부족한 지역 조선업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동구 지역의 외국인 주민 비율은 지난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며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는 조선소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문화 충돌, 주민 불안, 생활 민원 등의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동구는 외국인 노동자를 산업현장의 노동력이 아닌 지역 사회의 이웃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본다. 상생하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민간, 단체, 기업과의 협력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어 교실, 외국인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반상회, 외국어 소식지 발간, 외국어 통번역 지원, 외국인 체육시설 이용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청년 일자리 문제와 연관된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자국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우리나라로 취업한 사람들이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좋은 곳을 찾아 직장을 옮기는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기술력을 축적해야 하는 주력 산업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임금과 복지가 우수한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 지역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있는 우리 청년들을 채용해 핵심 기술 인력으로 양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제2의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청년은 찾아볼 수 없고 몇 년짜리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현장을 맡고 있다. 올해 오래간만에 HD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생산직 신규 채용을 했는데, 이제 기업도 바람직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업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울산동구청과 울산시교육청의 현장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 동구청 제공 - 울산시와 동구가 함께 도전했던 해양수산부의 해양레저관광 거점사업 신규 공모에서 탈락했다. 일산해수욕장 일대를 해양레저관광 거점으로 조성하는데 차질은 없는지?
이번 사업은 '왕의 휴양지, 해양레저관광의 중심 일산'이라는 타이틀로 일산해수욕장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한 해양레저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동남권 대표 해양 레저 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일산해수욕장 일대 육지와 해상 등 20만 제곱미터에 사계절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워터센터와 수상 레포츠 계류시설인 워터 플랫폼, 바다전망대, 바다쉼터 등을 조성하는 총 500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때문에 반드시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현재 일산해수욕장 일대에 일산항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과 일산해변풍류문화 놀이터 명소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추가로 해양레저관광 거점 사업에 선정될 경우,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해안 경관이 정비되고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체험 관광 인프라가 구축되기 때문에 지역 관광산업과 상권 활성화에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사업이므로 정부의 공모사업을 진행중이다. 지난 2년여간 사업 선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해양수산부의 현장 심사 때 평가단에게 직접 브리핑을 했다. 지난해에는 국회의장을 만나 사업의 필요성도 설명했다. 울산시와 지역 국회의원과 수시로 의논하며 공모 선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니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이 일산청년광장 준공식 및 청년문화마당에서 기념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동구청 제공- 김 구청장은 평소 '일과 삶의 조화'를 강조해 왔다. 동구가 어떤 도시가 되기를 희망하는가?
좋은 일자리 뿐 아니라 좋은 쉴자리와 놀자리가 있는, 일과 삶이 조화된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 동구는 오랜 시간 산업도시로 성장해 오면서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온 지역이다. 그러나 이제는 '일' 뿐 아니라, '쉼'과 '여가'도 중요한 시대이다. 잘 쉬고 잘 놀아야, 일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성장기에 가족과 회사를 위해 일하며 살아온 가장들이 많았지만, 정작 은퇴 이후에는 '노는 법'을 몰라 외롭고 단절된 삶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동구에 청년 중심의 광장 문화를 육성해 주민들도 청년 문화를 함께하며 여가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 얼마전 일산해수욕장 진입로를 정비해 '일산청년광장'을 만들었다. 청년스테이지온을 통해 육성된 청년 문화예술가들에게는 열정을 펼칠 공간이자, 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을 즐기며 자유와 여유를 누리는 공간이다. 동구 일산해수욕장과 대왕암공원 등은 여름철에는 울산 도심보다 평균 5도 이상 시원해, 광장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는 11월에 청년이 기획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대왕암 힙합페스티벌'을 처음으로 개최한다. 이처럼 광장을 중심으로 주민 참여형 문화예술 행사를 확산해, 우리 주민들이 일터에서는 열정적으로 일하고 퇴근 후 일상에서는 여유롭게 문화와 여가를 즐기며 사람답게,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 끝으로 동구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낙담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주민들과 지혜를 모으고, 해결 방법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꾸준히 하다 보니 지금의 성과를 거둘수 있었다. 지금까지 참 많은 일을 했지만 앞으로 할 일도 많이 남아 있다. 남목일반산업단지 조성에 맞춰 남목에 문화체육센터와 건강생활지원센터를 마무리하고 동구에 유치한 시교육청의 학생창의누리관이 예정대로 내년에 개관해 잘 운영되도록 돕는 일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할 일이 많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주민 여러분들의 응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