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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짜 평화는 없다…'트럼프發 청구서'와 자주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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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미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반도 주변 동북아에 커다란 두 개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하나는 해양으로 패권을 확장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견제, 다른 하나는 이재명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한반도 평화무드 조성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등 역대 진보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북한과의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교류협력이 강화됐었고 그 맥을 이은 이재명정부도 북한 표류선박을 돌려보내고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는 등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값비싼 평화가 전쟁보다는 낫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납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제도적으로 평화가 정착된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남측의 노력에 북측이 여전히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고, 미중간 패권경쟁과 한미 무역협상의 여파는 한반도를 완전히 새로운 안보환경으로 몰아갈 조짐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국방비를 더 늘리라거나 분담액을 증액해야 한다"는 압박전술을 동원하고 있지만 미국 국방부에서 흘러 나오는 미군 감축 논의와 양국 정부간 협상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까지 고려하면 변화의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우리 군이 보유한 전력에 더해 핵.첨단무기로 무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지금껏 평화를 누려왔지만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의 숫자를 4년안에 1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넘겨 받았을 때도 과연 우리의 안보는 안녕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렵다.

미군이 중국의 팽창정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감축, 아태지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미국 전현직 관료들의 주장은 한창 진행중인 한미간 무역협상과는 별개의 논의로 미국의 세계 안보정책 상 필요에 의해 거론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미군이 1만8천여명 정도 감축됐을 때도 한반도 안보에 문제가 없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군의 존재 자체가 전쟁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바뀐 안보환경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길이 없고 미중 양강이 태평양에서 혹은 대만에서 예상치 못한 분쟁을 벌일 경우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두어질 지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공교롭게도 미군 감축 논의가 나온 시점에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으로 넘기는 논의 또한 시작된 데 대한 걱정도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군사주권 회복을 위해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한미 간에도 '전작권을 한국으로 이양한다'는 합의가 있었던 상황이라 논의 자체가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나 방법과 시점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말 처럼 자주국방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목표지만 미군의 개입이나 도움없이도 스스로 우리를 지켜낼 만한 힘이 갖춰졌는 지 여부를 냉정히 따지면서 미국내에서 일고 있는 군감축이나 전작권 환수협상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북 성주군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 연합뉴스경북 성주군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 연합뉴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막강해졌다고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수십개의 핵탄두와 단거리, 중장거리 미사일 전력에 필적할 자체 전력이 부족하고 이를 요격할 방공망도 견고하게 갖춰져 있지 않아 미국의 사드시스템을 도입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보았듯이 이스라엘은 아이언돔, 데이비드 슬링(중거리미사일 요격체제) 등 다층적 방공망을 갖추고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넘겨받기 위해서는 미군의 도움 없이도 북한의 실시간 동향을 파악하고 이상징후에 대한 자체 대응이 가능한 수준까지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의 국방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은 수십 기의 정찰위성을 운용하며 북한 전역을 실시간으로 손바닥 들여다보듯 감시하고 있지만 우리군은 군사정찰 위성을 상업용이나 해외정보에 다수 의존하는 실정이다. 정찰 자산 역시 E-737 피스아이 조기경보통제기 여러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중고도,고고도 정찰에서 일부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게 현실이다.

전쟁의 억지력은 군무기체제의 고도화로 얻는 비대칭 전력을 통해 확보가 가능하다. 안보정세가 급변하는 지금은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자주국방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생각을 리세팅해야 한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기념사진 찍는 나토 정상들. 연합뉴스기념사진 찍는 나토 정상들. 연합뉴스
전력 증강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부담은 우리가 상당부분 감수해야 한다. 우리 처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던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받은 뒤,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 NATO정상회의에서 국방비 지출을 오는 2035년까지 국내총샌산의 5%까지 늘리는 방안을 전격 수용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최근 핵무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사상 첫 합의를 이끌어 냈다.

모두가 바뀐 안보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자 스스로 자국을 지켜내려는 투자다. 공짜 평화는 없다. 미국이 우방에 핵우산과 전략자산을 제공한 뒤 어김없이 청구서를 내미는 것에서도 알수 있듯이 남의 힘에 의존한 안보는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이익을 얻고자하는 얄팍한 속셈이란 걸 모든 국가가 알지만 안보가 취약한 우리로서는 비용지출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를 고민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가 바뀌고 안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한꺼번에 쏟아진 현안들이 먼 안목으로 볼때 나쁘지 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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