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필승 불펜 박치국. 두산짧았지만 가장 강렬했다. 두산 필승 불펜 박치국(27)이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팀을 구해내며 승리를 지켰다.
두산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홈 경기에서 5 대 0으로 이겼다. 전날 1 대 4 패배를 설욕하며 반등했다.
이날 승리 투수는 좌완 선발 콜 어빈이었다. 5⅓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2탈삼진 6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6승째(7패)를 따냈다.
하지만 이날 가장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 있던 선수는 박치국이었다. 두산이 1 대 0, 불안하게 앞선 8회초 1사 만루에서 박치국은 등판했다. 동점 혹은 역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기였다.
만루까지 가는 상황도 좋지 않았다. 좌완 이병헌이 선두 타자 김지찬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줬고, 베테랑 좌완 고효준은 김성윤의 희생 번트 때 2루로 송구해 무사 만루를 자초했다. 구자욱을 땅볼로 잡긴 했지만 1사 2, 3루가 됐고, 두산 벤치는 상대 4번 타자 르윈 디아즈를 고의 4구로 내보냈다.
그리고 꺼낸 카드는 박치국이었다. 베테랑 강민호를 맞아 박치국은 초구 시속 149km 속구와 131km 커브로 잇따라 파울을 유도한 뒤 역시 132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후속 좌타자 김영웅을 맞아 박치국은 더욱 힘을 냈다. 시속 150km의 속구로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든 뒤 이날 가장 빠른 151km 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공 7개로 삼진 2개를 솎아내며 1점 차 리드를 멋지게 지켰다.
박치국의 호투로 위기를 넘긴 두산은 8회말 완전히 승부를 갈랐다. 오명진의 2타점 적시타와 제이크 케이브의 적시 2루타, 양의지의 적시타로 단숨에 5 대 0으로 달아났다.
이날 수훈 선수 인터뷰는 두산을 구해낸 박치국의 차지였다. 경기 후 박치국은 "오늘 이날만을 기다려왔다"고 후련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치국은 입단 2년째인 2018년 67경기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ERA) 3.63으로 핵심 불펜 역할을 해냈다. 그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2018년 아시안게임 이후 귀국한 박치국. KBO하지만 2021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이듬해 22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박치국은 2023년 62경기 2세이브 11홀드 ERA 3.59로 부활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ERA가 6.38까지 치솟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박치국은 "수술 뒤 예전의 모습을 보이지 못해 신뢰를 주지 못한 거 같다"고 돌아봤다.
그랬던 박치국은 올해 42경기 1세이브 7홀드 ERA 3.28로 살아났다. 특히 가장 중요한 순간 등판해 벤치의 믿음을 입증했다. 박치국은 "가장 중요한 순간 나를 찾아주셨다는 게 신뢰를 얻었다는 의미인 것 같다"면서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던졌다"고 강조했다.
시련을 겪은 만큼 더 성숙해졌다. 박치국은 "사실 오늘 등판하기 전에 떨리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미소를 잃지 않고 즐겁게 던지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의지 형이 리드를 잘 해주셨고, 속구가 좋아 주문할 줄 알았다"고 본인이 강조한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