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추모식. 김정록 기자"6월만 되면 눈물이 왈칵 나요. 6월 29일이 시민들에게 절대 잊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죠." 삼풍 백화점 붕괴 참사 30주년을 맞이한 29일, 한 유가족은 참사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풍참사위령탑에서 열린 삼풍 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추모식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손영수 삼풍백화점붕괴참사유족회(삼풍유족회) 회장은 "1995년 6월 29일, 그 참혹했던 날로부터 어느덧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며 "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은 한순간도 묵은 적 없다"고 말했다.
참사 30주기를 맞아 삼풍유족회와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는 유가족 30명을 대상으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유가족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유가족 63.3%는 PTED(외상 후 울분 장애) 임상 기준 이상에 해당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은 반복적 사고, 분노, 무기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여 울분 정서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참사 이후 유가족 83.3%는 전문가의 심리 지원을 받지 못했다. 현재도 장기적 울분 정서를 겪는 응답자가 63.3%에 달하지만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인식한 비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참사 전후로 가족관계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줄었고, 절반에 가까운 유가족이 참사 이후 가족 내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48.3%였다. 참사 전후로 실직한 유가족은 21.7%였다.
손 회장은 "이번 실태 조사는 우리가 지난 30년간 겪어온 고통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준다"며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참사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못했다는 원통함"이라고 지적했다.
검은 옷을 입고 보라색 리본을 단 유가족들은 추모식 중간중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추모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위령탑이) 이렇게 곰팡이가 나도 누구 하나 관리 해주는 사람이 없고 청소 해주는 사람이 없다"며 "유가족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사회가 나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른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의 연대 추모도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김종기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표는 "1995년 당시 삼풍 백화점은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보여주는 표본이었다"며 "그러나 이면에는 시공에서부터 설계를 무시한 불법, 부실 공사가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를 예방하지도 못했으면서 사후 수습은커녕 참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유가족이 직접 쓰레기 매립장을 찾아 버려진 희생 가족과 유류품을 찾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추모식에 참석해 "국회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제 역할을 다하겠다"며 "국회를 대표해 이 자리를 빌려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 한분 한분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삼풍 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추모식. 김정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