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당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올 상반기 성과를 결산하고 하반기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에 대한 보도에서는 유난히 비공개가 많았다.
회의기간 중에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고 이를 공개하는 등 국제정세가 요동친 만큼 북한이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에서 연설을 했지만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그 내용을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연설 내용 전체를 비공개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연설을 했는데 전문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북한은 또 이번 회의에서 올 상반기의 정치와 경제, 문화, 과학, 교육, 국방 등의 성과에 대해 보고를 받고 논의를 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특히 논의를 한 분야에서 '외교'는 아예 빠진 것도 눈길을 끈다.
비공개가 많다 보니 보도 내용도 짧았다. 북한은 지난 2021년부터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6월과 12월에 당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해왔는데, 이번 회의에 대한 보도는 노동신문 1면과 2면 보도에 그쳐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회의가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열린 만큼 대외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북한은 회의에서 중동 정세와 러·우 전쟁,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동향, 이재명 정부의 출범 등을 고려해 대외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김 위원장도 연설에서 관련 주문을 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비공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3일 동안 회의를 했기 때문에 외교 등 대외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리는 없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이 미확정 상태이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등 국제 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을 감안해 비공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대미 메시지에 매우 신중하고 절제된 입장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번에 더욱 더 대외 메시지의 표출을 이례적인 수준으로까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미국의 이란 폭격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감행에 대해 북한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외적 메시지 발신을 최대한 자제하고 이란 폭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적 '조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초 9차 당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대내외 정세를 관리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축함 진수 사고의 등의 결함이나 과오는 서둘러 덮고 향후 당 창건 80주년과 9차 당 대회의 양대 정치행사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엿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