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6시즌 PBA 투어 개막 미디어 데이'에서 서한솔(왼쪽부터), 김상아, 김가영, 강동궁, 조재호, 최원준이 올 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PBA출범 7시즌 만에 10개 투어로 늘어난 일정을 치르게 된 프로당구(PBA). 2025-26시즌을 앞두고 남녀부 간판 스타들이 새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프로당구협회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5-26시즌 PBA 투어 개막 미디어 데이'를 열었다. 지난 시즌 남녀부 대상에 빛나는 강동궁(SK렌터카), 김가영(하나카드)을 비롯해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 최원준(에스와이), 김상아(하림), 서한솔(우리금융캐피탈)이 각오를 다졌다.
이번 시즌은 신생팀 하림의 가세로 10개 구단 체제로 팀 리그가 펼쳐진다. 타이틀 스폰서도 10개사로 늘어 정규 투어도 10개로 치러진다. 오는 15일 개막전인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5'으로 9개월 대장정에 돌입한다.
올 시즌 PBA의 최대 관심사는 조재호의 부활 여부다. 조재호는 2023-24시즌까지 2회 연속 왕중왕전인 월드 챔피언십 우승 등 2년 연속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무관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8차 투어인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조재호는 "지난 시즌은 나태했던 거 같다"고 냉정하게 부진을 인정했다. 이어 "초심이 제일 중요한데 거기로 돌아가기가 어렵다"면서 "열심히 운동하고 훈련하고 체계적 생활하면 저절로 돌아가지만 부담과 자만심이 못 돌아가게 한다"고 진단했다.
그런 만큼 명예 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조재호는 "비시즌 훨씬 더 많은 준비를 했는데 특히 헬스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많이 했다"면서 "트레이너와 6, 7년 해오면서 이번이 가장 힘들었는데 그 결과가 올 시즌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조재호가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 챔피언십 2024'에서 남자부 2연패를 이룬 뒤 기뻐하는 모습. PBA슈퍼맨이 부진한 사이 절친인 '헐크'가 지난 시즌 포효했다. 조재호와 45살 동갑내기 강동궁은 지난 시즌 2번의 우승과 준우승, 왕중왕전 4강 등 눈부신 성적으로 남자부 대상을 받았다. 앞서 지난 2시즌 동안 PBA를 평정했던 조재호를 바라만 봐야 했던 아쉬움을 털었다.
강동궁은 "지난 시즌에는 재밌게 당구를 치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돌아보면서 "이번 시즌에도 지난 시즌처럼 행운이 많이 따르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라준다. 강동궁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등산을 많이 하면서 혈액 순환도 좋았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주변에서 러닝을 많이 해서 5개월째 일주일에 2~3번씩 5~10km를 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재호처럼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강동궁은 "오랜 시간 경기를 해도 체력을 유지하려고 한다"면서 "만약 올 시즌 러닝의 효과가 좋지 않으면 다시 등산으로 갈까 한다"고 웃었다.
둘은 PBA 이전부터 한국 3쿠션을 대표하는 라이벌이었다. PBA에서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대상을 양분하고 있다. 올 시즌 조재호는 탈환을 노리고, 강동궁은 수성에 도전한다.
조재호는 "내가 대상을 받았을 때 동궁이가 축하해줬고, 지난 시즌에는 내가 동궁이의 대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상을 받았던 기억이 정말 즐거웠던 만큼 다시 찾고 싶은데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강동궁과 경기하면 정말 기대되고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궁도 "조재호는 당구 테크닉에서 세계 최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타고난 재능이 떨어지지만 더 노력을 해서 조재호와 우리나라 당구를 양분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특히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싶은데 지난 시즌에 실패한 만큼 둘이서 결승에서 만나서 정말 재밌는 승부를 겨뤄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화답했다.
강동궁이 'PBA 골든큐 어워즈 2025'에서 남자부 대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는 모습. PBA하지만 PBA에는 이들의 우승을 저지할 강호들이 즐비하다. 조재호와 강동궁은 개막전 우승 후보로 '스페인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를 일단 꼽았다. 지난 시즌 첫 우승을 거둔 산체스에 대해 둘은 "이제는 PBA에 적응했기 때문에 충분히 우승을 할 때가 됐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역대 최연소 17살 우승 기록을 세운 김영원과 세계캐롬연맹(UMB) 세계 랭킹 1위 출신 김준태(이상 하림) 등 젊은 피들도 정상을 노린다. 강동궁과 조재호는 김영원에 대해 "흡수력이 정말 빠른 선수"라고 인정했다.
PBA 2승에 빛나는 최원준(에스와이)도 올 시즌 주목할 만한 선수다. 5년 만에 팀 리그에 복귀하는 최원준은 이날 미디어 데이에서 "2023-24시즌에 우승을 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서 "꼭 한 번 더 우승해서 감동적인 멘트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PBA 남자부를 차례로 평정한 조재호와 강동궁. 과연 올 시즌 절친 중 누가 대상의 영광을 안게 될까. 우정의 대결에 또 어떤 선수가 대상 레이스에 뛰어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