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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뒤덮은 '혐오·감수성부족·계급의식·갈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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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듯 너도 나도 설화…숨 쉬듯 쏟아진 여성비하

김문수, '미스 가락시장'부터 '애엄마' 비하…'이건희 딸'까지
강남사람 편가른 이재명…커피120원·셰셰 논란도
설화 중 설화는 이준석…사과하는 척 물타기 시도만
유시민 '선민의식' 또 노출…"겸손하게 국민 모셔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설화 리스크가 21대 대선 마지막 주말 유세마저 잠식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발언이나 유시민 작가의 여성 비하 발언 등 굵직한 망언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거대 양당 대선후보들의 '소소한' 설화(舌禍)도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미스 가락시장'부터 '이건희 딸'까지 김문수 감수성 결여 논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가장 많은 설화의 주인공이 됐다. 악의 없이 던진 발언이지만, 의식의 바탕에는 뿌리 깊은 성차별적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김 후보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양시 유세에서 출산지원금을 설명하면서 "애를 낳자마자 1억원씩 통장에 입금시켜주려 했는데, 혹시 엄마가 주식에 넣었다가 다 들어먹고 이러면 애를 못 키운다"고 해 빈축을 샀다.

자살 유가족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물론 고인을 모욕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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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는 지난달 29일 복지사 부부인 자신의 딸을 걱정했던 아내와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먹고 살기 빠듯하더라도 "아무리 돈 많은 사람도, 이건희 회장 딸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버렸다"며 "부부가 만나서 사랑이 있으면 다리 밑에서도 행복하고,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집에서도 행복이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랑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것이 의도였지만, 주제와 무관한 특정인의 극단적 선택을 실명과 함께 언급한 것은 당사자들의 아픔을 가볍게 여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김 후보는 같은 발언을 지난달 31일에도 이어갔다. 그는 딸 부부를 또다시 언급하면서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는 게 결혼이다. 자리보고 결혼하는 것, 돈 보고 결혼하는 것 다 소용없다"며 "그럼 이건희 회장 딸도 자기 좋아하는 사람을 (가족이) 반대하니까 중간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했다.

선거 운동 첫날 '미스 가락시장' 발언으로 이미 경고등이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감수성이 부족한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과감한 '정면 돌파'라지만 가벼웠던 이재명의 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강원 원주시 원주행복마당에서 열린 유세를 마친 뒤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원주=류영주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강원 원주시 원주행복마당에서 열린 유세를 마친 뒤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원주=류영주 기자
이재명 후보의 설화는 주로 자신의 유능함이나 정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유세에서 "서초, 강남, 우리나라에서 먹고살 만하신 여러분. 자본 증식을 위한 투자 활동 많이 하시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미 높아진 강남의 집값이 폭락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발언이었지만, 대뜸 유권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눠보는 인식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일명 '120원 커피'로 곤혹을 치렀다. 그는 "커피 한 잔 원가는 120원이고, 판매가는 8천원에서 1만원"이라고 발언했는데, 효율적인 사업을 강조하려던 의도와 달리 '커피 판매업자들은 폭리를 취하는 집단'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사거나, '자영업자들을 갈라치기한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으로부터는 "그런 수준의 경제 지식으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겠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외교에 대해서도 너무 가볍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국익 중심 실용 외교 노선을 부각하면서 과거 '친중 굴종 외교 논란'이 불거졌던 '셰셰'(謝謝·감사합니다)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도 '셰셰'하고 대만에도 '셰셰'하고 잘 지내면 되지, 그게 잘못됐느냐"며 "일본 대사에게도 '셰셰'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무니다'라고 했다"고 외쳤다.

노선을 정하고 유연하지 못한 외교를 하는 것보다는 사안별로 어느 나라와도 협력하겠다는 기조를 통해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발언이었지만, 기준 없는 외교는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는 경솔함이 부각됐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것이다. 양안 관계가 우리에게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인 만큼 해학적 표현으로 답을 피한 것인데, 타임으로부터 '아리송한 답변이었다'는 평을 샀다.
 

'못된 젋은 보수'의 여성혐오…망언해 놓고 탄압 주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번 대선에서 가장 충격을 안겨준 인물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정치 분야 TV토론 도중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에게 "여성의 성기"를 직접 언급하며 이와 관련한 성폭력 발언을 인용했다.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슈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온라인상에 게시됐던 내용을 가져왔는데, 원색적인 부분을 여과없이 드러낸 탓에 '의도와 표현 모두가 부적절한 망언'이라는 비난의 뭇매를 맞고 있다.

토론 직후 각계각층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이준석 후보는 사과에 나섰는데, 정작 사과의 내용은 짧고 해명과 반박이 더 긴 탓에 사과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는 "성기와 젓가락 외에 어떻게 순화해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고, 다른 제안이 있다면 고민해 보겠지만 그 발언 그대로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과에 나선 것이다.

급기야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기득권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최근 더욱 절감하고 있다"고 하거나 "정치의 문법을 바꾸겠다"고 하는 등 이른바 물타기에 나서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국회 제명안이 제출되자 민주당 등 구야권 정당을 향해 "입만 열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외치더니 박정희, 전두환의 계엄 정신을 이어받은 세대냐" 쏘아붙이는가 하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겠다"며 옛 정치인들의 명언을 인용해 자신을 방어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인용한 발언을 직접 한 인사들처럼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행보를 하다가 탄압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 망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은 주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운 올드 진보'의 계급의식·선민의식·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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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국면에서의 문제적 발언은 비단 후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씨를 '과하게'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계급의식은 물론 선민의식까지 드러난 사례도 있다.

작가 유시민씨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354회에 출연해 "설난영씨가 생각하기에 김문수씨는 너무나 훌륭한 사람"이라며 "본인하고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훌륭한 삶을 산 대단한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 고양됐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감옥 들락날락하면서 뒷바라지하고, 구속자 가족으로 험하게 살다가 국회의원 사모님이 됐고, 도지사도 돼서 자기 남편을 더더욱 우러러볼 텐데, 대통령 후보까지 됐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 유력 정당 대통령 후보 배우자란 자리가 설씨 인생에서 갈 수 없는 자리"라고도 말했다.

이는 마치 설씨 혼자서는 아무 성취도 이룬 것 없이, '높은 자리에 올라간 남편 덕만 봤다'는 식의 주장으로, 진영에 상관없이 계급의식과 선민의식, 남성우월주의가 담겼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유씨는 "표현이 거칠었던 것은 사과한다"며 "좀 더 점잖고 정확한 표현을 썼더라면 비난을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제 잘못"라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용적 문제에 대한 반성은 없고 표현에만 사과한 것이어서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문제적 발언에 대선 캠프에서는 경계령도 잇따라 나왔다. '보수 책사'로 불리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더욱 겸손하게 국민 한 분 한 분, 진심을 다해 모신다는 각오로 말씀과 행동에 신중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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