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로 이적한 허훈. KBL 허훈은 2017년부터 등번호 2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프로농구 코트를 밟았다. 자연스럽게 허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숫자는 '2'가 됐다.
허훈이 유니폼을 갈아입기로 했다. 수원 KT를 떠나 친형 허웅이 있는 부산 KCC로 가기로 했다. 계약 기간 5년, 첫해 보수 총액 8억원에 조건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유니폼을 바꿔 입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등번호가 문제였다. KCC에는 이미 등번호 2번을 달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최준용이다.
최준용과 허훈은 매우 친하다. 허훈은 이적이 결정된 후 최준용과 등번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결과는? 허훈은 29일 오후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열린 KCC 입단식에서 이상민 감독으로부터 등번호 7번이 적힌 유니폼을 전달받았다.
허훈은 "최준용에게 등번호 얘기를 했다가 이렇게, 저렇게, 안 좋게 해결이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최준용 팔에 2번 문신이 있어서 그걸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2번을 양보했다. 7번은 (내게) 새로운 번호다. 농구하면서 처음 달게 된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허훈은 KBL 무대에 입성한 후 8년 만에 다시 새로운 출발선으로 향한다. 정규리그 MVP 수상, 챔피언결정전 진출 등 큰 성과를 함께했던 KT에서의 커리어를 뒤로 하고 KCC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KCC와 합의한 계약 조건보다 원소속팀 KT가 제시한 조건이 더 나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허훈은 변화를 선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허훈은 "KCC에 오게 된 건 단 하나, 우승을 위해서"라며 "KT도 좋은 전력을 갖춘 팀이지만 KCC는 우승 경험도 많은 팀이고 후원을 많이 해주시는 (정몽진) 회장님 덕분에 좋은 환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KT는 허훈에게 실망감을 느꼈다. 28일 당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허훈 대신 KCC의 FA 영입 관련 보도자료가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훈은 "문경은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FA라는 시간을 통해 다방면으로 좋은 기회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훈은 KCC 이적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다. 게다가 KCC에는 친형 허웅을 비롯해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등 절친한 사이의 선수들이 많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허웅은 "팀 선수들이 농구 외적으로도 허훈과 다 친하다. 팀이 더 끈끈해지고 단단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형제의 만남이 눈길을 끈다. 형의 설득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지만 허훈은 "형의 역할도 있었으나 FA는 결국 나의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둘은 만났고 차기 시즌 나란히 코트를 밟은 형제의 모습은 많은 농구 팬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
"내가 패스를 주면 형이 잘 넣기를 바란다"는 농담과 함께 미소를 지어보인 허훈은 "나도, 형도, 공을 오래 가져야 하는 선수지만 힘들 것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 형은 스페이싱이 되는 선수다. 그 부분을 잘 정리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웅과 허훈 형제. KBL KCC는 이제 새로운 차원의 슈퍼 팀이 됐다. 슈퍼스타들과 함께 뛴다는 설렘이 클까, 우승 아니면 본전이라는 부담이 클까.
이에 대해 허훈은 "둘 다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부담이 더 크지만 막상 시즌이 다가오고 경기에 들어가면 더 설레고 재밌을 것 같다. 개성있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조금 되는데 그래도 저는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허훈이 이적하면서 KCC는 아버지 허재와 허웅, 허훈 형제를 모두 품게 됐다. 허재는 KCC에서 감독으로, 허웅은 선수로 각각 우승한 바 있다. 허훈까지 우승을 경험하면 가족 전체가 또 하나의 진기록을 쓰게 된다.
허훈은 "아버지도 굉장히 좋아하셨다. 만약 제가 여기서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면 세 부자가 같은 팀에서 우승하게 되니까,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