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율군이 2023년 SDF 드러머 경연대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본인 제공안양 초등생의 운명 바꾼 노들섬 음악 축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서울 한강 노들섬은 타악기 소리로 물든다. 북 모양을 한 노들섬에 펼쳐지는 서울드럼페스티벌(SDF) 때문이다. 입소문을 타고 어느새 서울을 대표하는 라이브 음악 축제로 자리잡은 공연이다.
1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올해 SDF에도 25개 세계 정상급 타악 그룹들이 대거 출연한다. 27회 대회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국제적으로도 명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해마다 역사를 쓰고 있다.
꿈과 열정으로 뒤섞인 SDF를 빛낸 주인공 가운데 1명은 김선율(16세)군이다. 7년 전만해도 경기도 안양의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던 그의 운명을 SDF가 바꿨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취미로 드럼을 쳐오다 2018년 우연히 SDF에 참가해 초등부 드럼 연주 대상을 받고 말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제가 드럼을 그렇게 잘 치는 줄 몰랐었죠. 그렇게 큰 무대에 선 것도 처음이었고요. 그래서 더 신기했어요."
대회 직후 여전히 어린 나이였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새겼다. 이후 해마다 빠짐없이 SDF에 참가했다. 때로는 연주자로 때로는 관객으로 타악기에 진심인 친구들과 함께 꿈을 키워갔다.
그리고 재작년 만 14세의 나이로 그 유명한 미국 버클리음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드럼의 본고장 유럽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2년을 더 준비했다. 결국 올해 드러머들의 꿈의 학교라는 재즈 캠퍼스(스위스 바젤)로부터 합격증을 받고 입학을 앞두고 있다.
김선율군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드럼을 치고 있는 모습. 본인 제공두드리면 열리는 축제, 노들섬을 울린 타악기의 힘
사실 드럼은 SDF의 일부일 뿐이다. 다양한 타악기 연주자들과 그 연주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축제의 장이다. 배우지 않아도, 음악의 문외한이어도 연주가 가능해 누구든 즉석에서 체험을 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없고, 심장과 공명하는 타악기의 중독성 때문인지 한번 다녀간 사람들이 이듬해 행사를 찾는다고 한다.
지난해 2만 7천명이 다녀갔는데 추최측인 서울시는 올해는 3만명을 예상한다고 했다. 이는 타악기의 저변이 확대된 때문으로도 보인다.
서울시 문화예술과 이지선 주무관은 "서울의 각 자치구의 문화센터 악기 프로그램에 과거에는 기타나 우크렐라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드럼이 대세다. 전자드럼 덕분에 소음공해에 대한 걱정없이 드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대회를 중단하지 않고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타악기의 매력 때문이었다.
2024년 SDF의 한 장면. 올해는 5월 10~11일 열린다. 서울시 제공 국경 넘는 리듬,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든 무대
서울시는 올해 SDF에 세계적인 밴드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전 멤버 소니 에모리의 단독 공연을 비롯해, 일본 대표 포스트록 밴드 '토우'의 드러머 카시쿠라 타카시와 한국 대표 메스록 밴드 '다브다'의 협연, 아르헨티나 민속음악 아티스트 마리아나 바라흐'와 한국 전통국악인들의 협연을 준비했다.
또 관객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노들스퀘어와 노들갤러리에서는 전시와 체험, 워크숍이 진행된다. 일부 공연은 사인회 또는 즉흥협연(즉흥 세션) 형식으로 구성돼 관객과의 교감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국경과 장르를 넘나드는 종합 문화예술축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마채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올해 SDF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진정한 참여형 축제로 마련했다"며 "5월의 노들섬에서 시민 모두가 '두드리며 하나 되는', 드럼의 강렬하고 펀(Fun)한 리듬을 가까이서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