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아지트. 황진환 기자 카카오가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웹툰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력한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사모펀드(PEF)의 수익 중심 운영방식이 창작자 권리와 플랫폼의 지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웹툰노동조합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카카오엔터는 유통과 제작, 글로벌 IP사업 등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콘텐츠 지배 기업"이라며 "이 같은 핵심 플랫폼의 경영권이 단기 수익을 좇는 사모펀드로 넘어갈 경우 창작자 보호는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며 국내외 웹툰 시장에서 네이버웹툰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를 통해 현지 앱 매출 1위에 오르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플랫폼의 주인이 바뀔 경우, IP 소유·운용의 방향성 변화가 콘텐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일부 창작자와 맺은 계약에서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 형태로 보유하고 있어, 매각 이후 해당 권리가 제3자에게 자동 양도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신아 웹툰노조 위원장은 "창작자들이 믿고 맡긴 권리가 이윤 중심 경영 아래 부당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매각이 추진된다면 창작자들이 계약 조건을 재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카카오 측은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매각 논의에 선을 그었다. 카카오엔터 공동대표인 권기수·장윤중 대표 역시 최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FI) 교체 및 지분 변동 논의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며 동요를 자제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엔터를 통매각하기보다는 음악·미디어 부문을 묶어 매각하고, 웹툰과 웹소설 등 스토리 콘텐츠 부문은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스토리 부문은 2022년 789억 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을 2023년 227억 원으로 줄이며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자회사 픽코마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 간의 시너지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에게 몰입도 높은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선 플랫폼 중심의 창작자 보호 시스템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콘텐츠산업진흥법 상 '콘텐츠 이용자 보호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플랫폼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중단되거나 매각될 경우 창작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 창작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디지털콘텐츠지침을 통해 서비스 사업자의 의무와 콘텐츠 이용자의 권리를 명문화했다. 국내 역시 플랫폼 기업의 공공성, IP 자산의 귀속 및 이전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웹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가 산업 전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창작자·이용자 보호 중심의 제도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매각 이슈를 넘어 콘텐츠 생태계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