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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디아르 감독 "'에밀리아 페레즈'는 구원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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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자크 오디아르 감독. 그린나래미디어㈜ 제공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자크 오디아르 감독.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프랑스 국민 배우 장 루이 트린티냥과 마티유 카소비츠가 주연을 맡은 '그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라'로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위선적 영웅'으로 제49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 타하르 라힘 주연의 '예언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 영국 아카데미에서 비영어영화상을 받고,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범죄물에 독특한 감성을 입혀 장르를 넘나드는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으로 확실한 이름을 남겼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을 맡은 '러스트 앤 본'으로 전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았으며 유럽 난민 문제를 다룬 '디판'을 연출해 제6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 명실공히 프랑스의 대표 거장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72세라는 나이에도 끊임없이 탐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제이크 질렌할과 호아킨 피닉스가 열연한 '시스터스 브라더스'로 첫 영어 장편 영화를 연출했고, '파리, 13구'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유명한 셀린 시아마 감독과 시나리오 협업해 색다른 로맨스 영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점차 장르를 넓혀간 자크 오디아르가 선택한 다음 미션은 바로 뮤지컬 영화였다. 그는 '에밀리아 페레즈'를 '변화무쌍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다양한 형태, 다양한 장르를 거치는 이 독특한 영화에 칸영화제는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트로피를 건넸다.
 
다음은 홍보사가 전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6년 전에 보리스 라종의 소설 '에쿠트'(Écoute)를 읽었다. 책 중간에 수술을 받고 싶어 하는 트랜스젠더 마약상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는 비중 있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나는 그에 사로잡혔다.
 
▷ 이후 대본 작업은 어땠나?
 
첫 번째 팬데믹 봉쇄 기간 나는 트리트먼트를 빠르게 썼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영화 대본보다는 오페라 대본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으로 나뉘어 있고 세트가 거의 없으며 캐릭터가 본질적이라는 것을….
 
그래서 처음엔 오페라로 해볼까 생각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작곡가와 작업을 하던 때에 오페라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그래서 음악가인 클레망 뒤콜과 카미유를 일찍 만났다. 함께 이 프로젝트의 음악을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오페라 대본은 언제부터 영화 대본으로 바뀌게 된 건가?
 
소설의 등장인물을 바꾸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처음에 설정했던 변호사는 지치고 환멸에 빠진 남자였다. 나는 그 변호사를 젊고 야망 있고 냉철한 여성으로 바꿨다. 발전과 반전의 가능성이 큰 캐릭터였다. 필름 누아르, 멜로드라마, 코미디, 뮤지컬, 텔레노벨라 등 장르를 넘나드는 대본으로 만들었다.
 
▷ 촬영 전 주연 배우들과의 리허설은 어떻게 진행했나?
 
이 프로젝트에서는 안무와 노래, 코미디 연기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리허설이 꼭 필요했다. 안무가 다미앙 잘레가 안무를 디자인하고 리허설을 담당했다. 클레망 뒤콜과 카미유는 노래를 만들고 녹음해 배우들에게 가져다줬다. 매일 서너 가지 영역을 다뤄야 해서 흥미롭긴 했지만 지치기도 했다.
 
▷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어느 날 아침 뉴욕에서 셀레나 고메즈를 만났다. 하모니 코린 감독의 '스프링 브레이커스'에서 본 기억은 있었지만 사실 난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10분 만에 셀레나가 제시가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실제로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1년 후에 전화해서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고 말했을 때, 셀레나는 내가 그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조 샐다나는 노래와 춤은 물론 리드 댄서로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까지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갖춘 배우였다. 그는 정말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했지만 바빴다. 우리는 1년 동안 조를 기다렸다.
 
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마니타스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 나갔는지 이야기해 달라.
 
뷔지니 몽텔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에밀리아 캐릭터의 핵심은 마니타스로 에밀리아를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뷔지니는 천사의 목소리를 가진 부드러운 짐승의 모습을 떠올릴 때까지 제작진(메이크업 아티스트, VFX 아티스트, 의상 디자이너)과 함께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나도 마니타스의 첫 번째 사진을 봤을 때 그가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 트렌스젠더 캐릭터에 대한 조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했나?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이메일을 통해 질문하고 답을 받으며 이어 나갔다. 그의 결단력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인 용기가 기억에 남았다. 평생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몸에 갇혀 살았던 그가 수술을 받기까지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지, 수술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지 생각하게 됐다. 또 한 가지, 그는 현재 10대 딸, 와이프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것이 자유의 예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에밀리아 페레즈'에서는 폭력의 부산물로서 남성성 문제를 다루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해 나간다.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성별을 바꾸는 것이 남성의 폭력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될까? 솔직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니타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가 에밀리아(카를라 소피아 가스콘)가 된 뒤에도 여전히 폭력에 사로잡혀 있다. 에밀리아가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은 그 자체로 미덕이다. 목숨을 잃었든 살아남았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 영화의 대부분은 파리의 사운드스테이지(영화 촬영을 위한 방음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창의적인 선택이었나, 아니면 기술적인 필요성 때문이었나?
 
멕시코에 가서 여러 차례 로케이션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장소들이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튼튼하고, 너무 작고,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다. 원래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오페라와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프로젝트의 본질로 돌아가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촬영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촬영 감독인 폴 기욤과 미술 감독인 뷔지니 몽텔과 함께 영화의 비주얼을 어떻게 작업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운드스테이지에서 촬영할 때는 백지상태이기 때문에 조명, 스케일, 색상, 생동감 등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 전경에 무엇이 들어올지, 피사계 심도를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마니타스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의 3분의 1이 밤이나 적어도 '어둠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디자인 비용을 절감하고 내러티브에 강력한 시각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뷔지니 몽텔과 함께 어느 시점에서는 엑스트라의 실제 모습이 세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시장의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실제 본체와 같은 세트가 등장한다. 하지만 사운드스테이지에서는 영화가 정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경이나 피사계 심도(초점을 맞춤 위치의 앞과 뒤에서 선명하게 촬영된 범위)를 사용해 역동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뒀다.

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외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에밀리아 페레즈'는 열 번째 장편 영화다. 1993년 첫 영화를 연출했는데, 달라진 점이 있을까?

 
첫 세 편의 영화를 통해 구체적인 것들을 배웠다. 그 이후로 나는 새로운 것을 계속 발견하면서 배운 것들을 활용하고 적용했다. 경험이 쌓이면 배우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원하는 이미지를 더 쉽게 촬영할 수 있으며, 촬영장에서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하는 사람들, 즉 스태프들과 더 잘 공유할 수 있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더 많은 자유를 얻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만, 그 이상으로 달라진 거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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